전 세계 퍼진 김치, “안 먹곤 못 살아”

[Asian foods on the rise]?종가집, 하선정 등 한국 식품수출의 3분의 1

겨울이 시작되기 전 한국에서 집집마다 치르는 행사가 김장이다.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가 땅속에 묻어두고 몇 달 간 내어 먹는다. 갓 담근 김장김치는 생야채에 양념을 묻힌 맛 그대로 아삭하다. 적당하게 익은 배추김치는 독에서 꺼내자마자 부엌칼로 크게 썰어 끼니마다 따뜻한 밥과 함께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발효가 진행될수록 김치 맛은 더욱 깊어진다. 신 김장김치에 돼지고기를 썰어 넣어 보글보글 끓인 김치찌개는 한겨울에도 땀을 빼게 만든다. 김장배추 사이사이 넣어 둔 무김치까지 곁들이면 시원한 맛이 그만이다. 신 김치를 썰어 넣은 김치국밥과 김치전, 기름에 넣고 달달 볶아 투명해진 김치에 찬밥을 넣고 다시 볶아 만든 김치볶음밥은 사계절 메뉴다. 몇 년을 묵힌 묵은지는 김치찜으로 해먹는다.

시원하고 아삭하고, 뜨겁고 맵고, 개운하고 새콤하고, 천 가지 맛을 내는 김치는 온갖 채소와 갖은 재료로 조합이 가능하다. 심지어 빵에 얹어도 그럴싸하다. 김치김밥, 김치만두, 김치말이 국수, 김치라면 뿐 아니라 김치버거에 김치피자, 김치바게뜨까지 등장했다. 어울리지 않는 음식이 없다. 이러니 김치가 한국에만 머물러 있겠는가.

‘K-푸드’의 얼굴, 깊고 오묘한 그 맛

김치는 전 세계 누구 입맛에나 착 달라붙는 맛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 먼저 ‘기무치’로 전파됐고, 중국에는 ‘신치’라는 이름으로 수출된다. 최근에는 김치와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 권고됐다. ‘kimchi’가 ‘영어의 기준’인 <옥스포드영어사전>에 수록돼 영어단어가 된 지는 오래다. 김치는 K-푸드(Korean food)를 대표하는 세계인의 음식이다.

외국인들은 매운 김치를 어떻게 받아들이게 된 것일까? 사실 매운 맛이 문제는 아니다. 멕시코나 태국의 매운 고추는 한국의 매운 맛에 비할 바가 아니다. 물론 매운 김치보다 달달하게 현지화한 김치가 많지만, 한국을 찾는 외국관광객들은 오히려 진짜 한국의 맛을 찾아 동대문과 명동의 칼국수, 김치찜, 닭백숙, 설렁탕집을 찾아다닌다. 그곳에서 진짜 한국 김치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양음식조차 김치를 넣은 퓨전이 인기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이태원에서도 특히 외국인 손님이 많은 멕시칸 음식점 ‘바토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놀랍게도 ‘김치 까르니타 감자튀김’이다. 양념한 감자튀김 위에 돼지고기와 함께 볶은 김치가 수북이 얹히고 이 위에 양파와 치즈 등이 올라가는데, 공깃밥을 시키고 싶을 만큼 한국적이면서 칵테일과도 잘 어울린다.

한국에서 생산된 김치는 세계 각지로 수출된다. 지난해 한국의 김치 수출액은 3400만 달러로 전체 식품 수출액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대표적인 김치업체인 대상FNF의 ‘종가집김치’는 42개 나라로 수출된다.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된 포장김치의 70%가 종가집김치였다. 캐나다에서는 대형마트인 세이프웨이를 통해 200여개 매장과 레스토랑에서 판매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하선정 김치’는 지난해 13개국에 진출해 1300만 달러 매출을 올렸다. 전체 수출의 85%를 차지하는 일본에서는 ‘CJ에바라’라는 합작회사를 세우고 3가지 종류의 김치를 내놓았다. 달짝지근한 맛을 살린 ‘오이시이 김치’, 5가지 젓갈로 감칠맛을 낸 ‘스고우마 김치’, 사과와 배 등 과일로 맛을 낸 ‘칸주쿠 김치’ 등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현지화했다.

서구권에서는 비빔밥 브랜드를 붙여 ‘비비고 하선정 김치’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슬람국가에서도 김치를 맛볼 수 있도록 이슬람교 계율에 따른 ‘할랄’ 인증을 받았다. 김치의 무대는 이제 경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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