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새 여행법 불구 ‘문화재 낙서’ 여전
새 여행법 강제쇼핑 금지…홍콩 등 주변국 ‘울상’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 중국이 문화재 낙서 등의 행위를 강력히 처벌하는 내용의 새 여행법 시행에 돌입했지만 중국인 관광객의 비문화적 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중국 언론이 보도했다.
2일 신경보(新京報)에 따르면 국경절 연휴가 시작된 1일 중국 전역의 유명 관광지에서는 관광객이 유물·유적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거나 유적에 이름을 새기는 등의 행위가 잇따라 발생했다.
건립된 지 600여 년 된 난징(南京)의 명성(明城)에서는 아이들이 부모의 도움을 받아 성벽에 기어올라가는 장면이 포착됐고, 베이징(北京)에 있는 청나라 황실 정원 원명원(圓明園) 안에서도 관람객이 벽에 올라가는 장면이 수시로 목격됐다.
바다링(八達領) 만리장성에선 한 여행객이 열쇠로 벽에 뭔가를 새기다가 환경미화원으로부터 제지당했다.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도 이날 중국인의 비문화적인 해외여행 실태를 조명한 기사에서 중국 관광객이 태국의 황궁 내에서 경고문과 관리인들의 제지를 무시하고 담에 올라가 사진을 찍는 일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1일부터 시행된 새 여행법은 유적지에 낙서하거나 국가보호 문물과 유적지를 고의로 손상하는 사람에 대해 최장 5∼10일의 구류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지 관리소들은 새 여행법의 단속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구체적인 지침도 없어 현장 적용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중국은 해외여행자 수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로 꼽히지만, 중국인 관광객은 국제적으로 ‘가장 수준 낮은 여행자’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한편 새 여행법 내용 가운데 여행사 측의 ‘강제쇼핑’을 금지한 규정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규정이 해외여행 상품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행사 측이 지금까지는 강제쇼핑이나 특별 이벤트 투어 등을 통해 관련 업자들로부터 커미션을 챙기는 방식으로 저가 여행상품 경쟁을 해 왔지만, 이 같은 행위가 금지되면서 여행상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여행사들은 이번 국경절 연휴기간 4박5일짜리 한국 여행상품을 7000위안(약 123만원)대에 판매했다고 홍콩 매체는 소개했다. 이는 1년 전 4000위안(약 70만원)보다 75%가량 치솟은 가격이다.
이에 따라 중국 국내 관광객은 급증하고, 국외여행은 대폭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 중국인 여행업자는 이번 연휴기간 전년대비 최고 40%가량 해외여행 예약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국인 해외여행이 감소하면서 홍콩, 대만 등 주변국 관련 업계가 매출 감소를 호소하며 울상을 짓고 있다.
SCMP는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일부 홍콩 쇼핑점은 연휴 첫날 매출이 90%가량 줄었다고 전했다.
대만 언론들도 이번 연휴기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최고 50% 가까이 감소하면서 르위에탄 등 대만 주요 관광지 주변 상인들이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