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전문가 칼럼] 이라크 특수, 2500억달러 재건사업과 한국기업의 진출
오일머니 앞세워 외국인 투자유치 모색
비록 정치적으론 혼미를 거듭하고 있지만, 이라크 경제정책의 핵심은 원유증산을 토대로 시장경제체제를 구축하여 해외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라크 정부는 공기업의 민영화 추진, 정부보조금의 축소 및 국내산업의 보호육성을 통하여 외국 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라크는 투자를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2006년 ‘국가투자법 13(the National Investment Law 13)’을 개정하여 주택 프로젝트를 위해 비이라크인 뿐만 아니라 국가소유 기업과 함께 투자파트너도 토지소유를 허락하였다. 동법은 외국인회사에 대해 10년까지 면세혜택을 주며 3년 동안 수입비용에 대해서도 면세혜택을 준다.
2010년 2월, 이라크는 장래 경제개혁에 관하여 IMF와 ‘스탠바이협정(Stand-By Arrangement; SBA)을 맺었다. SBA는 첫째로 현대 법체계의 제정을 통하여 이라크가 자원개발을 허용하며, 둘째로 국가간에 석유수입을 공평하게 배분하기 위한 수익배분법의 제정을 목적으로 하는 ‘석유법(hydrocarbon law)’을 포함하고 있다. 비록 두 가지 법이 아직 정치적 협상 중에 있지만, 외국인 석유회사들은 장래에 보다 많은 시장점유를 확보하기 위해 이라크 전역에서 계약하고 있다.
세계 3위의 매장량을 갖고 있는 이라크는 현재 일산 3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여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의 재정수입을 올리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에 따르면 이라크의 원유생산은 2020년 일량 610만 배럴, 2035년 830만 배럴로 증가할 것이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향후 이라크의 원유생산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이라크의 국내총생산은 2011∼2013년간 총 32.4%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며, IMF는 이라크의 GDP가 2013년 14.6%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이라크는 향후 5년간 재건사업에 2500억 달러, 2030년까지 에너지 인프라 건설을 위해 50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힘입어 한국기업의 진출도 활발해졌고 그 규모도 크게 확대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2012년 80억 달러에 달하는 비스마야 신도시 10만호 국민주택 건설 프로젝트다. 이라크 재건시장 진출은 2010년 한국가스공사가 가스전과 유전개발 수주를 시작한 이래 2012년부터 활기를 띠고 있다. 이보다 앞서 2012년 2월 바그다드 인근에 2252MW급 발전소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이라크 문호를 열었다. 그러나 사업진행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전망 또한 오리무중인 상태다.
요약하면 이라크 정부는 원유사업의 활성화를 통해 에너지, 전력, 주택, 보건,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건사업을 통한 외국인 투자유치에 매진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분명 이라크는 중동 최대의 진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이 있다. 다름 아닌 정치적 불안정이 그것이다.
집권세력만 바뀐 이라크
미국이 2011년 12월 15일 전쟁종결을 공식 선언하고 미군이 철수함으로써 이라크전쟁은 막을 내렸다. 2003년 3월 20일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시작된 이라크전쟁이 8년 만에 종결되었다. 하지만 아직 폭력사태는 종결되지 못한 채 정국은 안개속이다. 비록 미완의 상태로 전쟁이 종결되긴 했지만 결코 무모한 ‘명분없는 전쟁’만은 아니었다. 미국의 승리로 서구자본이 이라크에 진출할 수 있는 문호가 열린 반면, 이라크 국내의 민주화는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금년 7월 한 달 동안 각종 폭력사태로 이라크에서는 989명이 숨지고 1567명이 부상당했다고 한다. 이라크의 진행형인 폭력사태는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라크전쟁의 명분은 대량살상무기(WMD)의 개발을 차단하고 사담 후세인을 제거함으로써 테러확산을 종식하여 이라크의 민주화를 달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라크전쟁이 종결되고 미군이 이라크를 떠났지만 후세인 사후, 순니파 정권이 시아파 정권으로 바뀌고, 쿠르드문제가 다시 부상한 점 이외에 이라크 국내정치에서 커다란 변화, 즉 ‘민주화’는 전쟁명분 자체가 전도(顚倒)된 것이다. 사담 후세인의 철권정치가 막을 내리고 이라크가 자주적인 독립국가가 되긴 했지만, 독립국가로서 민주화를 향해 가야할 길은 아직 험하고 멀기만 하다. 그 이유는 이라크의 땅속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막대한 석유(石油)가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에 ‘쿠르드 자치문제’가 있으며, 자치지역 내에 이라크 최대의 유전지대가 자리 잡고 있다.
이라크는 부족주의 성격이 강한 국가다. 부족(部族) 연합으로 이뤄진 이라크사회는 인종적으로 ‘이라크인과 쿠르드인’간의 갈등과 종교적으로 이슬람 ‘순니파와 시아파’가 근간을 이루는 국가이다. 여기에 석유는 이라크 재정의 주수입원이며 ‘정권의 젖줄’이다.
이라크의 석유자원은 대부분 쿠르드지역에 있다. 쿠르드자치정부가 이라크 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전체 18개 주 중 3개 주(아르빌, 도후크, 술레이마니야)를 관할하고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비합법적인 자치국가’이기도 하다. 이 점이 이라크에서 정치적인 권력투쟁의 핵심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이라크는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권력투쟁의 전쟁터가 되었고, 2011년 미군이 철수한 이후, 쿠르드 자치정부의 협력 하에 불안정한 시아파 주도의 정부가 수립됐다. 경제적으로 이라크는 폭력과 파괴행위가 수년간 UN제재와 전쟁으로 황폐화된 경제를 소생시키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 현재 세계 3위의 막대한 원유 매장국가이지만, 부패 및 밀수는 수출의 최대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라크 경제는 이라크의 정치적 안정에 달려있고, 정치적 안정은 인종적, 종교적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되어야 한다. 그 핵심에 ‘쿠르드 문제’가 있으며, 쿠르드 문제해결은 이라크의 정치,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열쇠’가 될 것이다.
긍정적인 경제지표와 아시아 국가들의 투자증대
이라크 경제의 긍정적인 지표는 1) 높은 성장률과 원유수입(oil revenue) 2) 정부지출의 증가 3) 외국인투자법 개정 등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경제구조의 다양화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세계은행(WB)과 IMF는 2013년 10%의 높은 성장률을 제시하면서 이라크가 20년 이내에 세계 제2위 원유수출국으로 부상할 것이며 2020년까지 생산량이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유수출 증가는 인프라 및 경제의 다른 부문을 위한 필요한 자금을 제공할 것이며, 만일 현재 실업률 15%가 절반이 된다면, 투자수요는 크게 증대될 것이다.
이와 함께 이라크에서는 석유와 광물채굴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100% 외국인 소유권을 허용하는 외국인투자법이 2003년 이후 실행되고 있다. 그 결과 외국인 투자가 2003년 38.7억 달러에서 2011년 556.7억 달러로 증대되었다.
이라크는 오랫동안 지속된 경제제재조치와 전쟁으로 20년 이상의 공백기가 있었기에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라크정부는 외국인 투자가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인식하고 석유의존경제에서 탈피하여 경제구조를 다양화하여 이를 충족하려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이라크 정부는 주택, 인프라, 제조업, 공업, 농업, 식품가공, 교통, 재정서비스 및 관광분야에 있어서 조인트벤처와 대외투자를 유치하고자 시장을 개방하고 있는 추세다.
아무튼 정치적 불확실성과 불안정한 치안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서는 외국인 투자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거용 부동산, 석유 및 가스, 전력, 상하수도, 국방, 의료, 상업용 부동산, 통신업 등의 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투자의 특징은 아시아 국가들의 진출이 두드러진다는 점에 있다. 2011년 아시아 국가들이 이라크 총투자의 42%를 차지하는 최대의 투자국으로 부상하였다. 이에 비해 유럽은 25.1%, 미국은 12.4%에 그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진출 가운데서도 한국은 총투자액의 25.5%를 차지하여 단연 선두를 지키고 있다는 점은 매우 특징적이다.
이라크의 시장잠재력이 매우 높고 진출여건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진출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다. 세계은행 리포트에 따르면, 이라크는 아직까지 세계 183개국 가운데 166번째로 가장 비즈니스하기 어려운 나라로 분류돼 있다. 이라크 진출의 문제점으로는 1) 안전문제(security), 2) 부정부패, 3) 투명성의 결여, 4) 정비되지 않은 은행제도, 5) 지적재산권(IPR) 문제, 6) 낙후된 중재법, 7) 석유이권에 관한 내부분쟁 등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큰 문제점은 이라크 석유자원의 관리에 있다.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자치정부는 석유자원의 수입배분을 놓고 오랫동안 갈등을 겪고 있다. 쿠르드자치정부는 3개 자치주내 석유에 대한 독자적 권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중앙정부는 외국기업들과 쿠르드정부 사이에 체결된 유전개발 계약은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점이 이라크 내 유전개발의 한계다.
이라크 진출의 최대 관문은 이라크의 정치·경제적 안정에 달려 있고, 그 중심에 ‘석유자원’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해결의 열쇠는 ‘쿠르드 자치문제’에서 찾아야 한다. 따라서 진출기업은 사업 프로젝트의 타당성과 수익모델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며, 정치구조에 따른 법률적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시간 활용할 수 있는 정보망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현지 상황에 대한 용의주도한 정세분석을 해야 할 것이다.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이 글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운영하는 신흥지역정보 종합지식포탈(EMERiCs)에서 제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