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간토, 초강력 회오리로 ‘아수라장’
주택·차량·전주 등 무차별 파손…”대기불안정 때문”
간토대지진 90주년 다음날 강타해 주민들 공포감 휩싸여
간토 대지진 90주년 다음날인 2일 강력한 회오리바람이 일본 간토(關東) 지역을 덮쳐 부상자가 속출하고 시설물이 다수 파손됐다.
2일 오후 2시 5분께부터 약 25분에 걸쳐 사이타마(埼玉)현 고시가야(越谷)시와 기타카쓰시카(北葛飾)군 마쓰부시(松伏) 지역, 지바(千葉)현 북부의 노다(野田)시 등 일본 간토 지방에 회오리바람으로 보이는 강한 돌풍이 몰아쳤다.
◇ 초강력 회오리…피해자 속출·무차별 시설 파손
강한 돌풍에 일대는 속수무책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교도통신, NHK, 목격자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 등에 따르면 오후 2시 무렵 먹구름을 동반한 검은 회오리바람이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일대 지상을 휩쓸었다.
돌풍은 대형 트럭과 컨테이너를 넘어뜨리고 건물 지붕을 날리는 등 시설물이 무차별적으로 파손할 만큼 위력적이었다.
전주가 넘어져 주택을 덮쳤고 금속 시설물이 종잇장처럼 찌그러졌다.
바람에 쓸려온 각종 시설물, 넘어진 전주와 뽑힌 나무에 도로가 막힌 곳이 속출했다.
고시가야 시립 사쿠라이(櫻井)남초등학교에서는 맹렬한 바람에 유리창 50장 이상이 깨지고 근처 건물의 잔해로 보이는 파편이 마구 날렸다.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아동이 바람에 넘어져 피를 흘리기도 했다.
사이타마현 경찰은 고시가야시에서 발생한 부상자만 66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명은 중상이다.
노다시에서는 경상자 1명이 파악됐다.
경찰은 고시가야시에서 파손된 건물 약 110동을 확인했다. 소방당국은 마쓰부시 지역에서 지붕이 날아간 집이 최소 68동이라고 확인했다.
지바현 방재위기관리부는 노다시에서 건물 68동이 파손되고 자동차 27대가 부서졌다고 중간 집계했다.
◇ 대지진 80주년 다음날 불안에 휩싸인 간토
전날 대지진 80주년을 맞아 대규모 방재 훈련까지 시행했지만 갑작스러운 특급 회오리바람에 주민은 공포감에 휩싸였다.
현지 지방 기상대는 오후 2시 11분을 기해 회오리주의정보를 내리고 경계하라고 당부했지만, 예상 밖의 강력한 바람에 주민들은 당황했다.
회사원 오이라 구니코(平久仁子·43) 씨의 집 옥상에는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다른 집의 지붕이 덮쳤다.
오이라 씨는 “이런 상태가 돼서 멍하게 있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고시가야시 주민 고야마 아사무(小山勇·79) 씨는 “나무 파편이나 잔해가 지붕보다 높이 날리고 있었다”며 “멍하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고 무서웠다. 이 세상이 끝나는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피해지역은 사이타마 현 약 9.3㎞, 지바현 약 4.5㎞ 등 약 13.8㎞ 구간에 걸쳐 있는 것으로 양쪽 현 경찰은 파악했다. 피해는 주로 이 경로를 따라 폭 200m 부위에 집중됐다.
당국은 고시가야시와 마쓰부시에는 각각 피난소 5곳, 2곳을 설치하고 주민을 대피시켰다.
정전 피해도 잇따랐다.
사이타마 현에서 약 2만7천여 호, 지바현에서 약 6천200호가 전력 공급 중단을 겪었다. 날이 어두워져 일대가 어둠에 휩싸이면서 불편과 불안을 키웠다.
◇ 불안정한 대기가 원인인 듯
이날 돌풍은 대기 하층에 따뜻하고 습기를 많이 머금은 공기가 많이 유입된 것이 원인이 된 것으로 지목됐다.
일본 기상청은 이 때문에 대기가 불안정해졌고 토네이도나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회전하는 거대 적란운인 ‘슈퍼 셀(supercell)’을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슈퍼 셀의 회전 규모는 좁게는 수십 ㎞에서 넓게는 100㎞에 달한다. 하강 기류와 상승 기류가 각기 다른 위치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일반 적란운과 달리 몇 시간 지속하기도 한다. 내부에서는 반시계방향의 소용돌이 ‘메조 사이클론’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날 메조 사이클론이 기상청 레이더에 포착됐고 이를 포함한 적란운은 사이타마현 남부에서 북동부로 이동하며 일대를 휩쓸었다.
올해 5월 이바라키(茨城)현 쓰쿠바(筑波)시를 휩쓴 회오리바람도 슈퍼 셀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