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앞선 ‘아베노믹스’ 찬사와 우려 엇갈려

‘아베노믹스 도시락’. 일본 아베정권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와 연관 지어 다양한 반찬을 ‘믹스’한 도시락이 최근 도쿄와 후쿠오카에서 잇따라 출시되었다. 도쿄의 반찬가게가 만든 이 도시락은 전복, 홍게, 고급어종인 노도구로로 구성돼 있다. 각각 일본어로 앞글자가 ‘아, 베, 노’가 되는 식재료를 사용해서 ‘아베노믹스 도시락’이라 불린다.

가격은 약 1만엔(약 11만원)이다. 후쿠오카의 도시락은 800엔(약 8800원)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아베 신조 총리의 고향인 야마구치현산 쇠고기와 일본어로 ‘경기’와 동음인 케이크를 넣었다.

한국에서 도시락이라고 하면 저렴하고 젊은이들이 간단히 한끼 해결하는 이미지가 있다. 일본에서도 편의점에서 파는 저렴한 도시락이 있지만, 고급요정이나 각지의 유명 음식점에서 수천엔 정도의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 어쨌든 ‘아베노믹스 도시락’은 아베노믹스에 대한 일본인의 기대감을 나타내는 상품이라 할 수 있겠다.

아베노믹스란 무엇인가. 간단히 복습하자면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제정책이다. 대담한 금융정책(금융완화), 기동적인 재정정책(재정출동), 민간투자를 자극하는 성장전략의 세 기둥으로 이뤄져 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은행이 2년 내 소비자물가상승률 2% 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국채를 대량으로 구입해 시중 돈의 양을 늘리고 기업이나 개인이 돈을 빌리기 쉽게 했다.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수법을 크게 전환시킨 ‘차원이 다른 금융정책’으로 평가되었다. 재정정책에서는 동일본 대지진의 부흥비를 포함한 방재부흥대책과 부실 통학로나 교량 정비 등 생활면에서의 안전대책 등으로 약 20조엔(약 220조원)의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했다.

‘아베노믹스 도시락’ 등장

“여름휴가 여행객 수, 사상 최대 전망” (JTB) “여름 보너스, 지난해보다 6만4000엔 오른 평균 55만엔” (일본생명보험 설문조사) “올해 세수, 1조3000억엔 증가 예측” (재무성).

일본정부나 대기업에서 아베노믹스로 인해 일본경제에 활기가 돌아온 것을 나타내는 데이터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정부가 디플레이션 탈출전략을 보여주고 시중에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주가가 상승하고 엔고도 시정된 것은 틀림없다. 아베 정권이 출범한 지난해 12월 하순, 닛케이지수 평균주가는 1만엔 정도였지만 1 만4000엔 정도로 상승했고, 1 달러=84 엔이던 환율은 100엔대로 하락(7월초 현재), 자동차·전기 등 수출 관련 산업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었다.

아베노믹스는 해외에서도 일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6월 세계주요국정상회의(G8)에서는 아베노믹스가 일본의 성장을 지탱하고 있음이 인정되었다. 한국에서 ‘일본 우경화의 화신’처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일본에서 60%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야당인 민주당의 존재감 없음에도 기인하지만 침체하고 있던 일본경제의 분위기를 일거에 뒤집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회복은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누구나 바라는 정책이다.

6월 초, 아베노믹스 성장전략의 목표로 내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2012 년 말의 384만엔에서 10년 후에는 150만엔을 더 올리겠다”는 표현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민총소득은 임금 등의 가계소득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익이나 주주의 배당, 해외에서의 이자와 배당 등도 포함되어 있어 GNI가 올랐다고 해서 국민의 연수입이 동액으로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베노믹스의 성장전략은 연수입이 오른다는 이미지를 줘서 국민들을 눈속임하려고 하는 의도가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아직 일반 국민들이 경기회복을 실감할 정도는 아닌 것도 사실이다. 엔화 약세로 전기요금과 식료품가격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 외에 금리가 오르고 주택담보대출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부상하고 있다. 내년 봄에는 소비세율이 8%로 인상될 예정이어서 가계 부담이오히려 증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기 시작했다.

“아베 총리는 주가 변동에 과민해져 있다”는 정부 소식통의 전언에서 시장의 움직임이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와 자신의 지지율에 직결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아베 총리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다.

한·일 정상회담 전망 불투명

성장전략을 구체적인 임금 상승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 아베노믹스에서 적극적인 공공사업을 전개하는 가운데 재정재건의 길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지, 경기회복 ‘기대’를 ‘실감’으로 바꿀 수 있을지 등 아베 정권은 본격적으로 아베노믹스의 성과를 추궁 받게 될 것이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최종 목표는 아베노믹스의 성공이 아니다. 본심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과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배경으로 헌법을 개정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국방군 창설을 실현하는 데 있다.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인정했던 무라야마 담화와 위안부 문제에 구 일본군의 관여를 인정했던 고노 담화의 재검토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비판을 받기도 해서 5월 중순 이후로는 재검토라는 지론을 아예 봉인했다. 일본 정부 소식통은 “담화의 재검토는 서방국가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미국이 기대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부터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참의원 선거 후에도 경제정책에 집중하고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하시모토 토오루 오사카시장의 종군위안부 발언으로 인기가 급락한 유신회와 민주당의 보수계 의원들과의 연계를 모색해 헌법 개정에 필요한 국회의원 3분의 2 세력을 확보하는 기회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7월 참의원 선거의 공약으로 ‘다케시마의 날’ 정부주최 행사에 대해 지금까지의 “개최한다”고 했던 표현을 “개최도 검토하겠다”로 후퇴시키고 한국에 대한 배려를 보였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는 발언이나 야스쿠니신사 각료 참배가 한·중의 비판을 받자 “협박에 굴복하지 않는다”고 했던 발언의 강렬한 인상 때문인지 한국에서는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 브레인은 아베총리의 ‘배려’에 대해 “한국이 싫어하는 조치를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해 역사 문제에 전향적으로 나올 수 없는 아베 총리의 한계를 지적한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일본의 초대 총리이자 대한제국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의 표지석을 사건현장인 하얼빈역에 세울 수 있도록 요청하자, 이토 히로부미와 같은 야마구치현 출신인 아베 총리는 “(각각의) 위대한 인물은 서로 존중해야 한다”며 불
쾌감을 표시하기에 이르렀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한·일 정상회담이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양 정상 모두에게 좋은 만남이었다고 생각되게 하고 싶다”는 양국 외교당국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아베 총리와 박 대통령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한·일 외교당국은 “박대통령 임기 중반이 되고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하는 2015년을 관계개선의 절정으로 만들고 싶다”라는 인식도 거의 공유하고 있어, 당분간은 무리하게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고 꾸준히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쪽으로 노선을 설정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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