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봐’

'소원을 말해봐'
대한민국 인구 5000만 명. 이 중 외국인은?110만 명이 넘는다. 한 해 동안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1000만 명에 이른다.?전체 인구의 20%에 가까운 외국 관광객이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돌아보고 가는 것이다. 언어도 민족도 달랐을 이들이 대한민국에서 같은 국민으로, 함께 사는 이웃으로, 머물다 가는 유학생으로, 관광객으로 어울려 살고 있다. 2012년 새해, AsiaN이 이들을 만나 소망을 들어봤다.

(왼쪽 상단부터) 어트거, 카토 미사키, 시바타 토모미에, 돈나벨 카시퐁, 마르디나, 예옌, 비나·어거써, 사사근, 소지우, 자브잠돌암, 엥길, 막스 파더링햄, 폴·사이먼, 제인, 로리, 로니, 질·올리, 엘리자베스, 놀란·루디, 박소야, 프라카스 다말라

한국사람과 결혼해 정착한 결혼이민자들은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을 소망으로 꼽았다. 딩 티래(24세, 베트남)는 “앞으로 한국말을 더 잘하고 싶고, 아기를 갖고 싶다”고 했고, 돈나벨 카시퐁(40세, 필리핀)은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아이들이 공부 잘 하길 바란다”고 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토로했다. 혜화동의 한 터키 음식점에서 일하는 엥길(26세, 터키)은 “한국에 온 지 5달 정도 됐는데 가족들이 보고싶다. 새해에는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건강을 바라는 소망은 다들 비슷했다. 일본에서 온 코요 타다(11세)와 코요 요이치로(12세)는 “가족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했으며, 타시로 아케미(27세, 일본)도 “다이어트로 날씬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쿠니타 사오리(26세, 일본)는 키가 더 크길 바랐고, 나카무라 히로미(27세, 일본)는 고양이의 건강을 걱정하며 “집에 있는 7살 된 고양이를 건강하게 잘 돌보겠다”고도 했다. 터키 음식점에서 일하는 무스타파(Mustafa, 31세, 터키)는 평소 머리가 잘 아프다며 “새해에는 안 아프고 건강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결혼과 연애에 대한 소망도 있었다. 마즈모토 미호(24세, 일본)와 후쿠나가 아이(26세, 일본), 치쿠비 마유비(26세, 일본) 모두 결혼하고 싶어 했다. 미가 케이코(25세, 일본)는 “남자 친구에게 타투로 그린 반지를 선물 받았는데 진짜 약혼 반지를 받고 싶다”며 “여성미를 갖추고 싶다”고도 말했다. 위니 림(Winnie Lim, 32세, 싱가포르)도 “새해에는 결혼해서 함께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한국어 이름을 ‘이선민’이라고 밝힌?다그바(30세, 몽골)는 “새해 소원은 행복한 선물을 받고 싶고 여자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라카스 다말라(29세, 네팔)는 “좋은 사람 만나는 것”이 새해 소망이라고 말했다.

(왼쪽 상단부터) 후지와라 요시코, 양범, 아유 수드카잩, 미가 케이코, 임호, 딩립,사만다, 쿠마라, 마즈모토 미호, 옌진주, 오숙청, 찬로은,나카무라 히로미, 머니, 옌지웬, 스즈무라 아스카, 모리나가 타케히로, 야마구치 데루미, 야스이 아유미, 키란, 와라구치 유카, 해리, 치쿠비 마유비, 왕마미오,쿠니타 사오리, 종유, 혼다 키무, 응엔 민 찌, 타시로 아케미, 후지 요시히로,찬웨이렝, 율리, 위니림, 유아니타, 시스카, 후쿠나가 아이

직업이나 직장과 관련된 소망도 많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차이 에카테리나는 “그동안 한국어도 서툴고 아이들 키우느라 일을 못했는데 새해에는 좋은 직장을 구하고 싶다”고 했고 마르디나(40세, 인도네시아)도 “좋은 직장을 구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야스이 아유미(26세, 일본)는 “지금 하는 일에서 더 높은 성과를 올리고 싶다”고 답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예옌은 “한국에서 계속 살면서 통·번역 쪽으로 계속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후지와라 요시코(28세, 일본)는 “6개월 전 다리를 다쳐 출장 강의를 못 나갔었다. 지금은 다 나아서 얼마 전에 취직을 하게 돼 기쁘다.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이먼(Simon, 21세, 독일)은 “운 좋게 호주에서 일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아니타(32세, 인도네시아)와 시스카(29세, 인도네이사)는 자기 사업을 갖는 것이 꿈이었다. 모리나가 타케히로(25세, 일본)는 “2012년에는?꿈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게 된다. 한국에서 사람들한테 감동과 기쁨을 주는 TV PD가 되고 싶다. 이 이야기를 보시는 분들도?꿈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한통신사 한국특파원으로 지내는 알파고 시나씨(24세, 터키)는 새해 소망을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며 동행 취재하고 싶다. 한류 스타와 터키 음식을 먹으며 인터뷰도 하고 터키도 알리고 싶다”고 했다.

학업성취에 대한 꿈도 컸다. 소지우(23세, 중국)는 “대학 공부가 많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브잠돌암(20세, 몽골)은 “대학에 꼭 입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즈무라 아스카(18세, 일본)도 “이제 곧 대학생이 되는데 개학을 하면 더 열심히 공부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와라구치 유카(22세, 일본)는 “내년 3월에 졸업을 하는데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목표다. 아이들하고 노래할 수 있는 음악 선생이 되고 싶다. 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타며 운동도 하고 있다”고 했다.

어트거(Dorj ayush Otgoo, 24세, 몽골)는 “한국인 친구들이 ‘기쁨기쁨’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며 “새해에는 논문을 잘 써서 졸업 잘 하고 좋은 데 취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막스 파더링햄(Max Fotheringham, 24세, 호주)은 “악보를 읽을 수 있게 음악을 공부하고 싶다”고 밝혔고, 시바타 토모미에(33세, 일본)는 “한국어나 영어를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재한국제유학생협회 소속인 양범(28세, 중국)은 “한국 사회와 유학생들간의 다리가 되고 싶다. 문화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유학생들을 돕고 그들의 능력을 모아 세상에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응엔 민 찌(25세, 베트남)도 “재한국제유학생협회 일을 열심히 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국 베트남 유학생을 돕고 싶다. 한국에 오기 전에 베트남 유학생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는 기사를 쓰고 싶다”고 했다. 또 임호(32세, 중국)는 “재한국제유학생에 더 많은 유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화합의 장을 만들고?각국 유학생들이 한국을 편하고 따뜻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본국과 다름없이 스스로 꿈꾸던 것들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일본인들은 특히 대지진 피해를 염려했다. 후지 요시히로(57세)는 “일본 후쿠시마 지진 피해를 입은 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고, 후쿠나가 아이도 “지진 피해 입은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새해에 아이를 갖고 싶다는 혼다 키무(26세, 일본)는 “남북통일”이 꿈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에 한 번 가보고 싶다. 북한 사람들 어떤지 보고 싶다. 밥도 제대로 못먹는다는데 너무 안타깝다. 통일이 돼 일본 사람들 납치도 없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을 더 둘러보고 싶다는 소망도 있었다. 종로에서 만난 관광객 챈 위 렝(Chan Wai Leng, 65세, 말레이시아)은 “내년에 또 이곳 한국에 오고 싶다”고 했다. 사사근(20세, 중국)은 “제주도, 부산, 청와대 등을 둘러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도둔초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는 엘리자베스(30세, 미국)도 “한국 여행할 기회를?더?갖고 싶고 주말에는 여행할 수 있게 날씨가?좋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산과 의정부에서 만난 외국인 노동자들도 간절한 새해 소망들을 얘기했다. 의정부에서 몽골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는?박도야(39세, 몽골)는 “96년에 한국에 왔고, 결혼은 98년에 했다. 새해 소원은 시어머니한테 좋은 선물 해드리는 것과 아들이?말을?잘 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지은?이름을 갖고 있는 ‘올라’는 “방글라데시에서 한 달 전에 왔다. 새해에는 한국에서?취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3년 6개월 정도 일할 계획”이라며 기자에게 “플라스틱 공장이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달라”고 묻기도 했다.

의정부에서 군인으로 근무하고 있는 루디(25세, 미국)는 “캘리포니아의 따뜻한 집으로 가는 것”이 새해 소망이라고 말했으며, 동료 놀란(25세, 터키)은 “집을 사고 싶다”고 했다. 필리핀에서 온 제인(29)은 “세계평화, 그리고 굶주림 없는 세상이?새해 소원”이라고 밝혔고, 친구인 로리(32)는 “건강하고 돈을 더 많이 벌고 싶다”고 했다.

안산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새해에?급여가 인상돼 고향에 더 많은 돈을 보내는 것,?사업을 하는 것, 결혼을 하는 것” 등이 소원이라고 했다. 아유 수드카잣(31세, 인도네시아)은 “월급이 많이 올라서 고향인 카롯에 있는 가족들에게 더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으며 율리(35세, 인도네시아)도 “회사 월급이 좀 더 올라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더 보내주고 싶다”고 했다.

딩립(37세, 네팔)은 “오토바이 타는 것을 좋아하는데 고향에 돌아가면 오토바이 가게를 하고 싶다”고 했으며?”고향에?있는 부인과?딸이 그립다. 나는 여기에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고 했다. 무슬림인 해리(36세, 인도네시아)는 “지금처럼 열심히 기도하고 싶다. 고향에 있는 아이들이 보고 싶다. 같이 놀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찬로은(21세, 캄보디아)은 “한국에 온 지 3개월 됐는데 캄보디아에 있는 여자친구가 많이 그립고 보고 싶다”고 했다.

키란(30세, 네팔)은 “고향으로 돌아가면 5년 동안 기다려준 여자친구와 결혼할 계획이다. 그리고 네팔에서 여행사를 차리고 싶다”고 밝혔다.?사만다(25세, 스리랑카)는 “올해 스리랑카에 돌아가면 한국에 또 다시 올 계획이다. 스리랑카에서 집을 짓고 결혼도 하는 것이 소망이다”라고 말했다. 스베뜨라나(33세, 우즈베키스탄)는 “멋있는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밝혔다.

쿠마라(28세, 스리랑카)는 “열심히 돈을 모아 고향에 가면 버스를 사서 버스 운전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고, 머니(28세, 방글라데시)는 “내 사업체를 갖고 싶다. 고향에 가면 동생이 하고 있는 책가게를 같이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윤진주(40세, 중국 조선족)는 “돈을 많이 벌어서 사업을 하고 싶다.?고향에 갔을 때?그곳에서?가장 전망있는 사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연(65세, 중국 조선족)은 “고향에 시간이 없어서 못갔는데 찾아가봐야 한다. 많이 변했을텐데 가고 싶다. 친척들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살아있는지 찾아보고 싶다”고 소원했다.

이하령 수습기자? aja_smile@theasian.asia
최선화 수습기자? sun@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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