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군 가혹행위 사망 진상촉구 군중집회
대만에서 군대 내 인권 개선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군중집회가 열렸다.
활동가 단체인 ‘시민 1985’는 3일 타이베이 총통부 앞 광장에서 시민 등이 참가한 야간 집회를 열고 지난달 4일 타오위안(桃園)현의 군부대에서 군기 교육을 받던 중 숨진 훙(洪)모 병사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주최 측은 집회에 시민과 활동가 등 25만 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경찰 당국은 참가자를 11만 명으로 공식 집계했다.
참가자들은 훙모 사병의 장례식을 하루 앞두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흰색 티셔츠를 입고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국민의 자식이 정부에 의해 살해됐다’ ‘마잉주(馬英九) 총통은 거짓말을 중단하라, 국민이 곧 주인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 없다면 용서도 없다’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집회에 참석한 한 임신부는 “이번 사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시스템이 잘못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군대 내 인권보호 방안 마련, 과거 군 의문사 재조사 등도 요구했다.
주최 측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자발적인 시민 집회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훙 병사는 지난 3일 오후 군기 교육의 일환으로 팔굽혀펴기 등 신체 훈련을 받은 뒤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 숨졌다. 당시 30도를 웃도는 고온의 날씨였으며 밀폐된 독방에 감금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사는 지난달 말 부대 내 반입이 제한된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됐다.
이번 사건으로 마잉주 총통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고, 가오화주(高華柱) 국방부장(장관)이 사임했다.
대만 군 사법당국은 18명의 군 지휘관과 군기 교육 담당자들을 정식 기소했다.
군 당국은 이번 사건이 2015년 모병제 전환을 앞두고 발생한 ‘군 신뢰위기’ 사건이라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만 행정원은 파문이 확산하자 군 당국의 조사 결과를 재검토하는 정부 태스크포스를 즉각 구성하고, 특별위원회를 가동해 군 의문사 사건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잉주 총통도 별도의 성명에서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군 인권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군 사법 체계의 개혁 및 투명성 확보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