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총선 시아파 약세·부족세력 약진
1인1표제로 의석배분 다변화…투표율 52.5%
초선 의원 26명 달해…”친정부 성향 의회 전망”
27일 실시된 쿠웨이트 총선에서 시아파 이슬람계가 고전한 반면 부족세력이 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오전 쿠웨이트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시아파 이슬람계 후보들은 전체 50석 가운데 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쿠웨이트 전체인구 123만명 가운데 약 30%를 차지하는 시아파 이슬람계는 지난 총선에서는 전체 의석의 ⅓이 넘는 17석을 차지한 바 있다.
반면 각 부족 세력은 절반에 가까운 24개의 의석을 확보했고 특히 1인1표제의 시행으로 소수 부족 세력의 선전이 두드러졌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지난 총선에서 단 한 개의 의석도 차지하지 못한 자유주의 진영은 3명의 후보를 당선시켰고 수니파 이슬람계도 5석에서 7석으로 의석 수를 늘렸다.
여성 후보 8명 가운데서는 2명이 당선돼 3명의 여성 의원을 배출한 지난 총선보다 1명이 줄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초선 의원이 절반이 넘는 26명에 달해 변화를 열망하는 쿠웨이트 유권자의 표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슬람 성월이자 단식월인 라마단 기간과 겹친데다가 섭씨 45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날씨 탓에 투표율은 52.5%에 그쳤다.
이는 쿠웨이트 총선의 역대 평균 투표율인 65%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지난 12월 총선 당시의 투표율(39.7%)보다는 12.8%p 오른 수치다.
야권의 투표 거부 운동이 지난 12월 총선 당시처럼 큰 효력을 보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셰이크 사바 알 아흐마드 알 사바 국왕은 지난해 10월 유권자 한 사람이 최대 네 명까지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을 한 명에게만 투표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했다.
야권은 야권 성향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한 술책이라며 지난해 12월 총선을 거부한데 이어 이번 선거도 불참을 천명해 왔다. 그러나 야권 인사 일부가 입후보하는 등 야권 내부의 분열 양상도 나타났다.
실제 지난 총선에 참여를 거부했던 베두인 부족과 일부 자유주의 세력은 이번 총선에는 적극 참여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현지 소식통은 “개표 결과와 투표율로 볼 때 야권이 대중의 지지를 상당 부분 잃은 것 같다”면서 “1인1표제로 다양한 세력이 의회에 진출, 의석 배분의 다변화가 이뤄져 정부에 협조적인 친정부 성향의 의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쿠웨이트는 하루 30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는 석유 부국이다.
고유가 덕분에 4천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나 정부와 의회의 대립, 정쟁으로 여러 개발 사업이 지연돼 왔다.
쿠웨이트는 걸프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1962년 의회를 도입했다.
쿠웨이트 의회는 정당 활동은 금지됐지만 입법권과 감독권을 행사하는 등 걸프 왕정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큰 권한을 지닌다.
그러나 정부 구성권은 알사바 왕가가 사실상 독자적으로 행사해 야권 성향이나 대부족 출신 의원들은 왕실 중심의 정실 인사, 부패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왔다.
한편 총선을 실시함에 따라 사바 국왕은 이날 중 셰이크 자베르 무바라크 알 사바 총리가 이끄는 내각을 해산한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