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현정은 조문, 남북관계 개선 물꼬 트나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일행이 2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을 마치고 판문점을 통해 서울로 돌아왔다. 이들은 앞서 26일 방북해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조문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직접 만나 조의를 표했다.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자 19일 외국 조문사절은 받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 두 사람에 대해서는 조문을 허용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 정몽헌 전 회장 등과 생전에 가졌던 각별한 인연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과 했던 6.15 남북공동선언, 현대그룹과의 남북협력사업의 지속적 발전은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 사업이기도 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당시 김기남 당비서와 김양건 통일선전부장 등 6명의 조문단을 보냈다. 또 2001년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사망 당시에도 북한은 조문단을 보냈다.
이 이사장과 현 회장도 각각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 이희호 이사장은 2000년 6월 평양에서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에 영부인 자격으로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현정은 회장은 시아버지인 고 정주영 회장이 추진했던 대북사업과 관련해 그동안 세 차례 김정일을 만나 사업문제를 의논하는 등 남쪽 기업인 가운데 북한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다.
또 이들은 각각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남북 관계를 대표할만한 사건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라는 점도 부각됐다. 현 정부들어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대북지원이 사실상 중단됐으며? 특히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관광이?중단돼오고 있다. 금강산 관광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89년 방북한 9년 뒤 고 김대중 대통령 임기 첫 해인?1998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방북 조문이 이뤄지면서 이들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후계자 김정은이 처음으로 만난 우리측 인사가 됐다. 이 이사장과 현 회장 일행은 김정은을 만난 뒤 북측이 마련한 영빈관인 백화원초대소에서 하루를 묵었다. 또 이들은 27일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면담하고 개성공단을 방문한 뒤?돌아왔다.?개성공단사업은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4년 시작됐다.
북한은 이들의 방북조문에 최고의 예우를 갖췄다.? 이 이사장 등의 방북기간 중 김정은과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어떤 형식으로든 북측의 메시지가 전달됐을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이번 이 이사장과 현 회장의 방북이 향후 금강산 관광 재개를 시작으로?남북관계에?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되는 이유다.
박소혜 기자 fristar@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