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야권 지도자 총격 피살…정국혼란
튀니스에서 수천명 반정부 시위
튀니지 야권 지도자인 무함마드 브라흐미(58)가 25일(현지시간) 수도 튀니스에서 총격을 받고 살해됐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AP통신이 보도했다.
유력한 야당 지도자를 겨냥한 암살 사건이 지난 2월에 이어 또다시 벌어지면서 튀니지의 정국 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튀니지 경찰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브라흐미는 이날 오전 11시께 튀니스 자택 주변에서 두 명의 괴한이 쏜 총탄에 10여차례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범인들은 사건 직후 곧바로 달아났다.
브라흐미는 당시 집 앞에서 아내, 딸과 함께 있다가 변을 당했다.
브라흐미 딸은 튀니지 FM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오토바이를 탄 2명의 남성이 나타나 아버지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세속주의 성향의 국민운동당 사무총장인 브라흐미는 튀니지 새 헌법 초안을 작성하는 제헌 의회 의원이기도 하다.
튀니지 정부를 이끄는 집권당 엔나흐다당은 “이번 끔찍한 범죄를 강력히 비판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 이후 튀니스에서는 수천명이 내무부 청사 앞에 모여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슬람주의자들이 이끄는 튀니지 정부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튀니지에서는 지난 2월에도 좌파 정치연합체 ‘대중전선’ 지도자 초크리 벨라이드가 괴한이 쏜 총탄에 암살을 당한 바 있다.
이 나라는 2011년 10월 총선에서 온건 이슬람 성향의 엔나흐다당이 압승하면서 이슬람주의자들이 정부를 구성한 상태다.
튀니지는 민주화 시위로 2년 전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 정권이 붕괴했으나, 이슬람주의자들이 이끄는 과도 정부와 세속주의자들의 충돌이 멈추지 않았다.
세속주의 세력은 이슬람 세력이 이슬람 색채를 강화하려 한다는 우려를 떨쳐내지 못했다.
이슬람 세력과 세속주의자들의 정치적 견해차와 실업 문제 해결, 복지 확대 등을 요구하는 시위가 자주 폭력 사태로 변질하면서 정국 혼란도 지속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