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러시아에 임시 망명 요청

국제인권기구 등과 면담서 “남미 가기 전까지 러시아에 남고 싶다”

“미국에 해 안 끼칠 것”…푸틴의 망명 조건 이행 의사도 밝혀

미국 정보 당국의 개인정보 수집활동을 폭로하고 러시아에 도피 중인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12일 러시아에 임시 망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은 스노든이 이날 오후 5시 5분(현지시간)께부터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서 러시아 및 국제 인권기구 대표들과의 만나 이같은 의사를 밝혔다고 면담 참석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 러시아에 임시 망명 요청 = 면담에 참석한 국제인권기구 휴먼라이츠워치(HRW) 모스크바 지부 부대표 타티야나 로크쉬나는 “스노든이 라틴 아메리카로 가기 전까지 러시아에 남아있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스노든은 그러면서 인권운동가들이 자신이 러시아에 임시 망명처를 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다고 로크쉬나는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또 스노든이 러시아에 체류하는 조건으로 미국에 해를 끼치는 활동을 중단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면담에 참석한 뱌체슬라프 니코노프 하원 의원은 스노든이 ‘푸틴 대통령이 제기한 조건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것을 이행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이미 말했고 앞으로는 미국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스노든이 러시아에 망명하려면 미국에 해를 끼치는 폭로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스노든은 면담에서 볼리비아 대통령 사건을 거론하며 아직 남미 국가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없다면서 참석자들에게 자신이 러시아에 임시 망명처를 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모스크바에서 열린 가스수출국 포럼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귀국길에 올랐던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탄 항공기가 스노든이 탑승했을 수 있다는 이유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으로부터 영공 진입을 거부당하고 오스트리아에 기착해야 했던 사건을 언급하며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스노든은 이미 망명 신청서를 작성했으며 조만간 이를 러시아 정부에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에 대한 망명 허용 문제가 검토되는 동안 러시아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정부가 스노든의 망명 신청서를 검토하는 데는 2~3주가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 크렘린 “아직 공식 요청 받은 바 없어” =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공보실장은 “크렘린은 아직 스노든으로부터 정치적 망명에 대한 개인적 요청을 받지 못했다”며 “하지만 그에 대한 망명 제공 조건은 예전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이 제기한 요구조건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러시아 이민국도 아직 스노든으로부터 공식 망명 신청서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스노든과 인권운동가들은 셰레메티예보 공항 환승구역 내 특별 장소에서 약 40분 동안 만났다. 스노든과 면담에는 모스크바 주재 국제인권기구 대표 및 러시아 인권운동가, 의원 등 13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노든은 하루 전 러시아에 주재하는 휴먼라이츠워치,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국제투명성기구(TI), 유엔 관계자들과 러시아 인권운동가, 의원 및 저명 변호사 등에게 이메일로 초청장을 보내 체류 중인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환승구역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지난달 23일 미국 당국의 추적을 피해 홍콩에서 모스크바로 날아온 스노든은 12일 현재 20일째 셰레메티예보 공항의 환승 구역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진다.

◇ 백악관 “스노든 미국 송환돼야” = 한편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스노든의 러시아 망명 신청 사실이 알려진 뒤 정례 브리핑에서 그가 미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카니 대변인은 “우리는 스노든이 러시아에서 추방돼 미국으로 보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는 기밀 정보 불법 공개와 연관된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이날 저녁(미국 동부시간) 전화 통화를 할 예정이라며 이때 스노든 문제도 대화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