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 의장성명 채택…’북’ 주장 반영 안돼
北에 안보리결의 및 9·19성명 완전한 준수 촉구
“한반도 비핵화 지지…평화적 대화 모색 독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한의 주장이 반영되지 않은 의장성명이 채택됐다.
북한과도 교류가 있는 아세안이 주도하는 ARF에서 북한 주장만 의장성명에 빠진 것은 이례적이다.
의장국인 브루나이가 2일 저녁 ARF 회의에서 나온 각국의 의견을 수렴해 채택한 의장성명은 북핵문제와 관련해 북한을 직접 거론하면서 “대부분의 장관들은 북한이 모든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 의무와 9·19 공동성명의 공약을 완전히 준수할 것을 독려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이를 위해 장관들은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함을 재차 표명했다”면서 “대부분의 장관들은 모든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 의지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성명은 “장관들은 아울러 관련 당사국들 사이에 믿음과 신뢰의 환경 조성으로 이어질 평화적 대화에 참여하는 모든 가능성을 모색해 나갈 것을 독려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북한 내) 인도적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는 표현도 들어갔다.
이 ‘인도적 우려’ 부분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이날 ARF에서 거론한 ‘강제북송 탈북 청소년’ 문제가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이번 성명에는 북한의 핵개발이 미국의 적대정책 때문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반영되지 않았다.
북한은 당초 의장성명 초안에서 “(미국의) 적대정책이 핵 문제와 한반도 지역의 긴장을 악화시키는 근원으로 즉시 이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입장이 최종 성명에서는 빠진 것이다.
ARF 의장성명에서 북한의 주장만 빠진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던 지난해에도 ARF 의장성명에는 핵·미사일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때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규탄하는 우리측의 요구 사항도 반영되지 않았다.
앞서 2011년 의장성명에는 “북한은 우라늄 농축활동이 평화적인 목적을 위한 주권 국가의 정당한 권리의 행사라고 대응했다”는 북한의 주장이 그대로 들어갔다.
천안함 사건이 있었던 2010년의 경우에는 의장성명에는 북한의 입장을 반영해 우리 정부의 희망과 달리 천안함 사건의 책임 주체로 ‘북한’이 명시되지 못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7개 회원국이 참석한 오늘 ARF는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26대 1의 구도였다”면서 “북한도 참석한 회의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목소리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ARF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핵 개발이 심각한 위협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에 유엔 안보리 결의와 9·19 성명 등 국제의무와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에 의미있고 구체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의춘 북한 외무상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청산을 거듭 주장하면서 전제 조건없이 미국에 대해 북미 고위급 회담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ARF 의장성명 채택을 끝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진행된 아세안 연례장관 회의가 이날 폐막했다. <연합뉴스/강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