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군 개입?…무르시정권 ‘풍전등화’

군부 “48시간 내로 해결 못하면 개입”…시위대 “2일까지 퇴진” 최후통첩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틀째 접어든 가운데 이집트 군부가 정치적 혼란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시사하고 각료가 집단 사퇴하면서 무르시 정권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야권과 시민단체도 무르시에 대한 퇴진 시한까지 정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무르시는 자신의 거취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1일(현지시간) 카이로에 있는 이슬람 최대 이슬람 조직 무슬림형제단 본부를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사상자가 속출하는 등 이틀 동안 전역에서 16명이 사망했다. 무슬림형제단은 무르시의 최대 정치적 지지 기반이다.

◇ 군부 “48시간 내로 해결 못 하면 개입” 경고…무르시 정권 ‘흔들’

이집트 군부는 이날 국영TV로 생중계된 성명을 통해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면 개입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군부는 “정치 세력은 48시간 이내로 정치적 혼란을 해결하라”며 “국민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군이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부가 전날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등 전역에서 수백만명이 참가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나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처음이다.

군부는 “군은 국가 안보가 중대한 위험에 처했기 때문에 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군부의 이러한 발표 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수 천명의 반정부 시위대 사이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 장관 5명이 이날 집단으로 사퇴하면서 정국이 더욱 요동치고 있다.

관광부와 환경부, 정보통신부 등 장관 5명이 정치적 혼란에 책임을 지고 히샴 칸딜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이집트 국영TV는 전했다.

무르시는 일부 각료들의 집단 사퇴로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반정부 시위대에 동조하는 뜻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과 시민단체가 주축인 ‘타마로드'(반란)는 무르시에 대한 퇴진 시한을 2일까지 못 박는 등 압박 강도를 높였다.

타마로드는 이날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무르시는 2일 오후 5시까지 사임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전면적인 시민 불복종 운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이로의 민주화 성지 타흐리르 광장과 헬리오폴리스 대통령궁 주변에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시위대 수백명이 남아 무르시 퇴진, 조기 대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오후 들어 시위 인파는 급격히 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며 이날 전국 총파업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르시는 퇴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제2의 시민혁명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조기 퇴진하면 차기 대통령의 정당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헌법 질서를 해치는 일탈 행위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 무르시 찬반 세력 충돌 격화…이틀간 최소 16명 사망·781명 부상

이집트 정국의 혼란 속에 반정부 시위대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시위대 수십명은 이날 카이로 동부 모카탐에 위치한 무슬림형제단 본부 건물 1층에 화염병을 던지며 공격을 가했다. 이 공격으로 8명이 숨졌으며 본부 6층짜리 건물 유리창이 깨지고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고 목격자는 말했다.

시위대는 본부 건물 안에 있는 책상과 의자, 가전제품, 서류 등을 약탈해갔다고 무슬림형제단 대변인은 밝혔다.

그는 이어 “무장 폭도들의 공격으로 청사 내부에 있던 2명이 다쳤다”며 “경찰은 청사를 보호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무슬림형제단은 또 시위대가 ‘금지선’을 넘었다며 방어 차원의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슬림형제단 경비원은 청사 안에서 실탄을 쏘며 시위대에 대응 사격을 했다고 활동가들은 주장했다.

전날부터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등 이집트 전역에서 수백만명이 참가한 사상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무르시 찬반 세력이 무력 충돌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최소 16명이 사망하고 781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국영TV가 보도했다.

카이로에서 가장 많은 9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 남부 베니수에프와 카프르 엘 셰이크, 페이윰, 아시유트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고 당국은 전했다.

한편,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탄자니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모든 이집트인은 자제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무르시가 민주적으로 선출됐다 하더라도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있다고 느낄 수 있게 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무르시가 퇴진해야 하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한상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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