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무르시’, “정치 분열이 국가 위협해”
무르시 찬반 세력 충돌로 2명 사망·237명 부상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임기 동안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오는 30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앞두고 강경한 기조도 함께 보여줬다.
무르시는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나흘 앞둔 이날 카이로 국제회의센터에서 TV로 2시간 넘게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임기 첫해 기간 여러 가지 실수도 있었지만, 일부 현안은 올바르게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 행사에는 이집트 총리와 장관, 무슬림형제단 고위 간부, 지지 정당 회원 등 수백명이 참석했다.
무르시는 또 국가기관에 대해 근본적이고 신속하게 개혁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집트의 정치적 분열이 국가를 위협하고 있다며 야권에 범국가적인 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이집트는 현재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분열이 우리의 민주주의 경험을 위협하고 혼란을 일으킬 정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야권을 설득할만한 제안은 내 놓지 않은 채 연설 내내 강경한 기조를 드러냈다.
무르시는 또 호스니 무바라크 전 정권의 측근들을 지칭하며 “이집트의 적”이 새 민주주의를 마비 상태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집트 군부와 사법부에는 정치에 개입하지 말고 국가 수호에 전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연료 부족으로 이집트 전역에서 주유 대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주유를 기다리는 행렬에 슬펐다”며 “나 역시 줄을 서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무르시가 연설을 하기 몇 시간 전에는 무르시 지지자들과 반대파 진영이 충돌해 사상자가 속출했다.
이집트 보건부는 이날 오후 만수라 나일델타 지역에서 무르시 찬반 세력의 충돌로 최소 2명이 숨지고 237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고 일간 알 아흐람이 보도했다.?
중상자 4명 가운데 2명은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의료진은 말했다.
양측은 새총을 쏘고 화염병, 돌 등을 던지며 격렬히 대립했고 현장에서 총성도 들렸다.
이번 충돌은 무르시를 지지하는 이슬람주의자 시위대를 향해 무르시 반대파가 쓰레기 등을 던지면서 촉발됐다고 보안 관계자는 말했다.
이에 앞서 야권과 시민단체가 주축인 ‘타무로드'(반란) 조직은 무르시 대통령 취임 1주년이 되는 날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과 대통령궁 주변에서 무르시 퇴진과 조기 대통령 선거를 촉구하는 시위를 열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 조직은 무르시와 그의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이 권력을 독점화하고 있고 경제 악화, 치안 불안, 물가 급등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한상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