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유혈사태? 쉿!

“카자흐 노동자 16명 죽었는데 조용”…러, 서방언론 성토

?“미국과 영국, 벨기에 언론 등에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카자흐스탄과 바로 맞대고 있는 러시아 안에서 이런 비극이 벌어졌다면, 사건 당일부터 서구 언론들이 온갖 호들갑을 떨었겠지만.”

러시아 언론 모스크바 뉴스가 지난 16일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시위 유혈사태에 대해 서방언론들이 일제히 단신으로 처리하자 19일치 사설에서 “다국적 정유사들이 카자흐스탄의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이해관계 때문에 ‘인권’이 ‘이윤’ 다음으로 밀렸다”면서 성토한 내용이다.

17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카자흐스탄 주요 도심에는 군경이 배치돼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희생자 가족으로 보이는 주민이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출처 = hello.news352.lu>

이날 전국적으로 독립 2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식이 열렸는데, 카자흐스탄 서부 만지스타우(Mangistau) 지역의 자나오젠(Zhanaozen)시에서는 기념식이 열리기 전?6개월 동안 석유회사의 임금체불 등을 항의해오던 노동자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석유회사 노동자들의 시위를 지지하던 시민들이 가세하면서 시위는 폭동 수준으로 커졌고, 이 과정에서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무력충돌이 발생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번 시위와 진압 과정에서 16명이 사망했으며 86명이 부상을 입었고 시위대 130명을 연행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국영 석유회사 건물, 호텔, 시청 등 건물 46채가 공격을 받거나 불에 탔다”고 덧붙였다.

BBC와 CNN, 가디언 등은 이 사건의 경과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Nulsultan Nazarbayev)대통령이 사고 책임을 물어 그의 사위인 카자흐스탄 국부펀드 사장을 해임했다는 후속조치 등을 보도했다. 그러나 단순한 사실보도 수준이었고 그 배경과 정부의 과잉진압 등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자세히 보도하지 않았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시위는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Astana)에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을 본뜬 석조건물의 베일을 벗기는 제막식 날 벌어졌다. 시위는 그 다음날 이웃 지역으로까지 확대돼 만지스타우 지역의 주도인 악타우(Aktau)에서 운행 중이던 열차를 막아서면서 격화됐다.

시위 진압을 위해 도착한 경찰이 임금 체불, 근무 환경, 대량 해고 사태 등에 반발하는 해고 노동자들에게 발포하면서 희생자가 속출했다. 구 소련 연방 해체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로 기록됐다.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사고 직후 야간 통행금지와 함께 2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한편 파업과 시위 또한 금지한 상태다.

정부는 사고 직후 현재 전화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 등을 차단했으나 며칠 뒤 다시 연결했다. 26일 현재 내년 1월5일 시한인 국가 비상사태가 유지되고 있으며, 무장한 군인들이 전국의 주요 시설에서 순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미르작 슈게예프(Umirzak Shukeyev) 카자흐스탄 부총리는 “정유사 카즈무나이 가스(KazMunai Gas)가 시위대의 핵심주동자인 해고자들을 복직시키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으며, 회사도 26일 현재 “문제가 해결됐다”는 취지의 공지문을 회사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모스코바 뉴스 사설의 지적대로,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유혈사태에 대해 지구촌 언론들은 구체적인 분석과 전망을 내보내지 않고 있다. 일부 논평도 주로 카자흐스탄 산업정책측면에서 빚어진 국내 이해관계자간 충돌 정도에 시선이 머무르고 있다.

국제관계 전문 컨설턴트인 IHS Global Insight 소속의 중앙아시아 전문가인 릴리트 게보르기안(Lilit Gevorgyan) 분석가는 다수의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산업이 중심인 카자흐스탄은 소수 지배층만 그 이득을 취할 뿐, 석유 노동자 같은 일반 서민들에게는 경제 효과가 전달되지 않았다”고 이번 유혈사태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카자흐스탄의 이번 사태는 자원 부국 카자흐스탄이 글로벌 정유사들은 물론 미·중·러 등 지구촌 자원 공룡들과 맺고 있는 정치외교적인 첨예한 이해관계와도 맞물려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아프카니스탄, 파키스탄을 거쳐 인도를 천연가스관으로 잇는 TAPI 프로젝트나 나부코(Nabucco)에 대해 투르크메니스탄을 제외한 중앙아시아 ‘스탄’ 국가 지도자들이 내심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눈길을 끈다.

독립국가연합(CIS) 연구소 싱크탱크 소속의 안드레이 고진(Andrei Grozin) 연구원은 <러시아의 소리(english.ruvr.ru)>와의 지난해 9월18일자 인터뷰에서 “나부코 프로젝트와 TAPI 등 중앙아시아와 다른 지역으로 가스관을 연결하는 프로젝트 대부분은 정치외교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며, 에너지 전문가들로부터 안전성과 현실성을 의심받고 있다”고 말했다.

나부코(Nabucco) 프로젝트는 카스피 해(海) 연안과 중동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러시아 옆을 지나 터키에서 오스트리아까지 수송하는 가스관 프로젝트로, 외교전문가들은 아프카니스탄에서 나토(NATO)군의 역할에 대한 보상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이밖에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의 대통령이 러시아의 푸틴 주도로 추진 중인 ‘유라시아 연합의 길(Eurasia Union Way)’에 대해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는 점도 이번 사건이 정치·외교적 이해관계와 무관치 않음을 예상하게 해준다.

?<동영상=Youtube/Liveleak(www.liveleak.com/c/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