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차기 대통령 꿈꾼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67) 여사가 또다시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수치 여사는 6일 미얀마에서 진행 중인 세계경제포럼(WEF) 동아시아 지역포럼의 한 행사에 참석해 “대통령에 도전하고 싶다. 그것에 대해 나는 아주 솔직하다. 대통령이 되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그것은 정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치는 지난 1월 B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또 지난 4월 일본을 공식 방문하던 중 대통령직 도전 의사를 밝힌 적이 있으나 자신의 정치적 목표에 대해 이번처럼 분명히 밝힌 것은 처음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전했다.
수치는 군사독재정권 아래에서 15년이상 가택연금을 당했다. 하지만 정치에 복귀한 이후로는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압승했고, 지방 오지의 집에서조차 벽에 내걸린 수치의 사진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수치가 2015년으로 예정된 대선에 출마할 경우 사실상 승리는 ‘따 놓은 당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수치에게도 아직은 대권 도전에 하나의 큰 장애물이 남아 있다.
현행 헌법상 자녀 국적이 외국인 사람은 국가수반이 될 수 없다. 물론 이런 내용은 군사정권이 수치를 겨냥해 마련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어쨌든 영국인과 결혼해 남편 국적의 두 아들을 둔 수치 여사가 대통령이 되려면 개헌이 필요하다.
그러나 헌법을 개정하려면 국회의원 75% 이상의 지지가 필요한데, 현행 헌법상 군부가 의석의 25%를 자동으로 확보하기 때문에 군부의 협조는 개헌에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 개혁적으로 평가받는 현 정부는 수치 여사가 출마할 수 하도록 개헌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고 WSJ는 전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 현 정부의 주요 인사로 장성 출신인 소에 테인 대통령실 장관이 수치 여사를 두 번이나 “누님”이라고 부르고 “우리는 지난 60년간 암흑의 시대에 있었으나 이제는 화합할 시간”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정부가 현재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가 약속을 이행한다면 수치 여사는 가장 큰 장애물을 무난히 넘을 수 있는 셈이다.
수치 여사는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수개월간 이례적으로 인권단체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이들 단체는 수치 여사가 대통령이 되려는 야심 때문에 나라를 혼란으로 몰아넣는 다수 불교도와 소수 무슬림 간 유혈 분쟁에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유혈분쟁은 서부에서 시작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지금까지 수백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이 피신하는 상황으로 악화했다.
수치 여사는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모두 내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며 갈라진 민족이나 종교 집단 간 평화를 위해 가장 우선시되는 건 법의 지배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김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