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칼럼] ‘맨발의 대학’ 빈곤 악순환 끊다
문맹여성들에게 공교육을 실시하는 것만이 여성역량강화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면, 읽고 쓸 줄도 모르는 중장년 할머니와 가정주부들이 기술을 배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이 고정관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2012년 11월 세계 70여개국 TV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솔라마마’(Solar Mamas)는 가난한 문맹여성을 대상으로 기술교육을 통한 여성역량강화의 사례를 보여준다. 인도의 비정부기구(NGO)인 ‘Barefoot College(맨발의 대학, http://www.barefootcollege.org)’ 설립자 벙커 로이(Bunker Roy)가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남아시아 등의 오지를 돌면서 가난한 문맹 여성들에게 6개월간의 교육을 거쳐 ‘태양열 기술자’로 만들어주겠다고 여성들을 선발한다. 마을원로들과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생전 처음 마을 밖으로 나온 16개국의 여성들은 말도 안통하고 문자도 읽을 수 없지만 오로지 ‘모방, 반복, 따라하기’같은 원초적인 학습을 통해 6개월 만에 태양열 기술자로 재탄생한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교육받지 못하고 가난한 위치여도 기술을 배워 전파할 수 있으며 일자리를 얻고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이 다큐멘터리가 큰 반향을 일으킨 요인은 뭘까. 그것은 아마도 정규교육을 받은 자만이 기술교육을 통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부순데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종교적, 사회적, 문화적 규범이 만연한 국가에서도 여성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는 대안을 꿈꾸고 모색하게 만들 ‘틈’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전세계 빈곤인구의 70%가 여성(UN Women, 2011)이라는 지적에서 볼 수 있듯, 여성과 빈곤은 뗄 수 없는, 동전의 양면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여성은 사회구조적 제도나 종교, 사회, 문화적 규범에서 피억압자로 위치되어 있기 때문에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쉽지 않다. ‘빈곤의 여성화’(Feminization of Poverty)는 빈곤 인구의 다수가 여성임을 역설하는 말이다.
국제사회는 여성의 빈곤비율을 하락시키기 위해 새천년개발목표중 세 번째 목표(MDG3)를 ‘성평등 증진 및 여성역량 강화’로 삼고 여성의 임금노동 접근을 주요 지표로 삼는다. 여성들의 임금노동 참여가 중요한 것은 그 자체로 여성역량강화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근로빈곤층의 비율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나 무임금으로 가내농업이나 소규모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의 비율은 아직도 압도적으로 높다.
게다가 아직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문맹자들은 여성들이며 20개 개도국에서 여성 문맹률은 70%를 넘는다. 교육의 장에서 탈락한 여아들은 안정적인 임금과 신분보장이 되지 않는 취약한 일자리로 내몰리게 되고 이는 곧 빈곤으로 이어진다.
Barefoot College는 전통적으로 남성에 의해 억압받고 착취당하고 있는 시골마을 여성들의 역량강화에 특별히 중점을 두고 있다. 1972년 이래 지금까지 6500여명의 가정주부, 할머니, 농부, 일용직노동자, 소규모 자영업자 등 빈곤한 농촌마을 여성들을 산파, 펌프기술자, 태양열기술자, 태양열밥솥기술자, FM 라디오 수리전문가, 치기공사, 기능장인, 석공, 전화교환수, 목수, 주/야간학교 선생 등으로 훈련시켰다.
여성 가운데에도 여성 한 부모, 중장년 여성, 이혼했거나 장애가 있거나 문맹 여성들이 우선순위 교육대상인데 그들이야말로 고용기회와 수입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Barefoot College의 여성역량강화 사례는 가난한데다 나이까지 많은 문맹여성들에게 공교육을 시키지 않고도 짧은 시간에 기술교육을 실시해 일자리를 얻고 임금소득을 올릴 수 있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교육으로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Barefoot College가 전파하고 있는 기술이 탄화수소를 발생시키지 않고 태양, 빗물같은 자연자원을 활용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재생에너지의 생활화와 발전에 기여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