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각국 병역제도…“이집트, 고학력자 복무기간 짧아”

중동 및 남아시아 병역제도 비교

한국국방연구원 <주간국방논단> 1461호에 게재된 ‘중동 및 남아시아 국가의 병역제도와 시사점(정주성 안석기 공동 집필)’에서 이집트, 터키, 파키스탄, 인도 등의 병역제도를 다뤘다. 아시아 각 국의 군사 문화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을 위해 정리해 싣는다

이집트,?신분에 따라 12~36개월

이집트 병역제도는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측면도 있지만, 통치자들이 전쟁 위협 및 중앙정부의 행정 장악력을 제고하고자 징병제를 채택했다. 그러나 상위 계층의 저항으로 병역제도의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병역 비리 및 기피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병역이행 경로는 한국과 유사하게 군 복무 및 대체복무로 구분되며, 대체복무 분야는 국립경찰, 교도소 경비, 방위산업체 등이다. 방위산업체 대체복무는 2011년 당시 신정부에 의해 새롭게 규정된 분야로서 국가경제에서 방위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국가경제 부흥 차원에서 도입됐다.

병역 대상 연령은 18~30세다. 이집트의 현역 규모는 45만 명 수준이며, 이 중에 징집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65% 수준이다. 현역병 복무기간은 12~36개월로 신분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데, 고학력자일수록 복무기간이 짧은 것이 특징이다. 즉 대졸 이상자는 1년, 고졸자는 2년, 고퇴 이하자는 3년을 복무한다. 병역기피자에 대해서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최고 징역 1년까지 처벌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병역대상자들은 외국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징집 상한 연령인 30세까지 병역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징집 상한 연령 초과자에 대해서는 병역 대신 벌금(600~700달러 수준)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징역형은 큰 의미가 없는 실정이다.

이중 국적자 및 독자, 생계곤란자 등에 대해서는 병역을 면제하는 제도를 두고 있으나,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병역면제나 대체복무 제도는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는 콥트교(coptic christian minority) 병역대상자에 대해서는 군에서의 문제 발생 소지를 줄이기 위해 병역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집트는 최근 병역 비리가 만연하고 있다. 부유층 및 사회유력인사 자제들은 법의 허점을 악용하여 병역면제를 받고 있으며, 병역은 주로 중하위 계층의 차지가 되고 있다. 특히 유력층 자제들은 병역을 이행하지 않고도 서류상으로는 마치 병역을 이행한 것으로 조작하는 사례가 점증하고 있다.

터키, 병역 관련 서류 조작시 10년형

터키는 강력한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이는 터키 국민들이 군을 국가의 주요한 학습도장으로 간주하고 있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터키의 젊은이들은 군에서 국가관 및 사회에서 필요한 교육을 받고 있다고 평가한다. 병역대상자들은 대부분 군 복무를 원칙으로 하되, 경찰 등의 준군사조직에서도 복무할 수 있다.

터키군은 약 51만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중에 징집인력은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병역 의무기간은 현역병의 경우 12개월이나 대졸자는 6개월을 복무하도록 하고 있으며, 현역 복무 후 예비병역은 15개월이다. 대졸자의 현역병 복무기간 6개월은 세계적으로 가장 짧은 복무기간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며, 기본적인 전투력을 구비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대학 또는 대학원에 진학하는 자에 대해서는 한국과 같이 병역 연기 혜택도 주고 있어 기본적으로 사회 엘리트층에 대한 우대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터키의 경우 이집트와는 달리 병역기피 및 면탈자에 대해서는 가혹한 처벌과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다. 즉 병역면탈을 목적으로 자기 신체를 자해한 자와 병역 관련 서류를 조작한 자에 대해서는 10년의 징역형을 가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병역대상자원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매년 약 6만 명의 병역기피 및 면탈자를 색출해 내고 있다. 그러나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충분한 지원을 하고 있다. 즉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병역의무 이행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고 있으며, 병역의무 불이행자는 결혼하기도 힘든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파키스탄, 영국 영향으로 모병제 실시

파키스탄은 1947년에 나라를 건설한 직후부터 모병제를 시행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파키스탄은 발전도상국 중에서 대규모(70만명)이면서 가장 전문화된 군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다. 의회에서는 정부에게 징병제를 제정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나, 정치 지도자들은 인도와의 두 차례의 전쟁(1965년, 1971년)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징병제 채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파키스탄이 모병제를 유지하는 이유는 먼저 역사적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파키스탄은 오랜 영국의 식민지 경험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영국의 모병제를 받아 들였다는 것이다. 둘째, 빈번하게 문제를 일으키는 내부의 반군을 진압하는 데에는 징집인력 위주의 군보다는 전문화된 모병인력 위주의 군이 효과적이라는 오랜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셋째, 군 규모에 비해 인구규모가 매우 크고, 군이 사회로부터 대단한 지지를 받고 있어 군 인력을 모병으로 확보하는 데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2010년의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84%가 군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군 복무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군도 상당 기간 동안 군의 사회적 대표성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파키스탄이 규모가 큰 하나의 민족과 여러 소수 민족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규모가 큰 민족 출신자가 군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함에 따른 것이다.

군은 민족(지역)별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병력을 모집하는데 있어서 민족(지역)별 인구분포를 고려하는 즉, 민족(지역)별 쿼터제를 적용했다. 이와 더불어 소수 민족을 군으로 흡수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도 병행했다. 즉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수 민족의 경우 학력이나 신체적인 조건이 다소 부족한 인력이라 할지라도 우선적으로 선발했다.

실제로 군에서 70% 이상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푼자브(Punjob) 지역 출신들은 2011년 현재 인구구성 비율에 가까운 54% 수준으로 크게 감소 하고, 비중이 낮았던 소수 민족이 살고 있는 지역인 바루치아탄(Baluchistan) 및 신드(Sindh) 등의 출신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민족 종교 존중 문화로 국가 통합에 기여?

인도는 파키스탄과 같이 징병제를 시행한 역사가 없는 모병제 국가다. 상비군 수는 141만명 수준이다. 인도군도 강력한 전문군을 추구하는 영국 인도군으로부터 창설되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모병제를 받아들인 것이다. 인도는 징병제의 장점인 중앙정부의 행정 장악력 제고, 국가관 고취 등의 도움 없이 안정적인 정치체제 및 모병제를 통해 국민을 통합시키고 있다.

인도도 파키스탄처럼 종교 및 민족 간의 갈등으로 여러 차례 큰 규모의 폭동이 일어났으며, 이는 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즉 폭동이 일어난 지역출신의 군인들이 일시적으로 폭동에 참여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은 폭동이 발생한 지역의 출신자들을 군인으로 지속적으로 임용하였으며, 폭동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군인들도 원대 복귀시키는 조치를 취하였다.

이는 인도군이 민족 및 종교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인도군은 모든 종교 및 민족을 존중하는 군 문화의 조성을 통해 군내통합을 이루어내고 있으며, 국가 통합에도 기여하고 있다.

인도군이 파키스탄군보다 민족적 갈등이 상대적으로 덜하였던 이유는 어느 한 집단이 군을 지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인도군이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군의 사회적 대표성 확보를 위한 군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인도군이 사회적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해 취한 조치는 파키스탄군과 같이 민족별 쿼터제 도입, 소수 민족에 대한 적극적인 배려 등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비교적 인구 구성 비율에 가까운 형태로 군의 구성비도 변화되어 왔다. 1960년대에는 푼자브(Punjab) 출신이 군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1.6%로 매우 높았으나, 1990년 후반에는 7.6%로 그 비중이 대폭 감소되었다. 반면에 소수 민족 출신들이 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아직도 푼자브(Punjab) 출신의 현역 비율이 인구 구성비율에 비해 다소 높은 것이 흠이지만, 전반적으로는 군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군의 사회적 대표성이 상당 수준 개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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