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부총리의 사과에도 ‘시위’ 계속

수천명 탁심광장서 시위 이어가…총리사퇴 촉구

정부 “최초 시위 정당하고 애국적…과잉진압 잘못”

터키 전역으로 확산한 반정부 시위에 대해 정부가 “과잉진압은 잘못됐다”고 사과했지만, 시민들은 닷새째 전국적인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며 총리 사퇴를 촉구했다.

특히 터키 경찰은 정부의 사과 발표 후에도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최루탄과 물대포를 사용해 이번 사태가 당장 진정 국면으로 전환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천 명의 시위대는 4일(현지시간) 오후 반정부 시위의 시발점이 된 탁심광장에 모여 집회를 열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고 AFP통신이 5일 보도했다.

시위대는 주로 좌파성향의 정치단체 활동가들과 축구팬들로 채워졌으며 특히 베식타스 등 이스탄불 연고 프로 축구팀들의 팬도 집회에 대거 가세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들 중 일부가 5일 새벽까지도 해산하지 않고 에르도안 총리 집무실까지 행진을 시도하자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사용해 해산작전을 전개했다고 전했다.

앙카라와 이즈미르 등 다른 주요 도시에서도 시위가 이어졌고 터키 공공노조연맹(KESK)은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한 항의로 이틀(4∼5일) 일정의 한시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뷸렌트 아른츠 터키 부총리는 탁심광장의 게지공원을 지키고자 평화롭게 집회를 하던 시위대를 강경 진압한 것은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4일 TV생중계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스탄불 탁심광장의 공원 재개발에 반대한 최초 시위는 정당하고 애국적”이라며 “이번 시위 초기에 경찰이 과잉진압한 것은 잘못됐으며 부당하다”고 시인했다.

아른츠 부총리는 또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압둘라 귤 대통령과 이번 사태 해결을 논의했으며 현재 아프리카 순방에 나선 에르도안 총리의 발표문을 대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 정부의 이런 발언은 그동안 에르도안 총리가 보였던 강경한 태도에서 상당히 누그러진 것으로 시위 장기화 가능성 및 세계 각국에서 쏟아지는 폭력진압에 대한 비판에 국가 이미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른츠 부총리는 “정부는 이번 사태로 교훈을 얻었다”며 게지공원 점령 시위를 벌인 시민단체와 만나 재개발 계획 반대 의견을 들을 것이라면서 이제는 시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길거리에서 공공재산을 파괴하고 거리에 있는 시민들의 자유를 방해하려 한 이들에는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시위대의 폭력에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번 시위로 시민 64명과 경찰 244명이 다쳤다는 정부의 집계를 발표했으나 터키의사협회와 인권단체는 시민 부상자가 1천여 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터키정부의 사과발표와 관련, 미국은 “과도한 폭력행위에 사과한 것을 환영한다”며 “(이번 사태를)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조정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터키 언론들은 전날 남부 하타이주에서 시위를 벌이던 압둘라 코메르트(22)가 신원불명의 인물이 쏜 총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고 주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로써 지난 1일 시위대 청년 한 명이 차량에 치여 숨진 것을 포함해 지난달 31일부터 터키 전역으로 확산한 반정부 시위로 모두 2명이 사망했다. <연합뉴스/김준억 특파원>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