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규모 반정부시위, 연행·사상자 속출
전국 67개 도시로 확산, 앰네스티 “2명 사망ㆍ수백명 부상”
‘아랍의 봄’ 시위 재연 주목…美ㆍ佛ㆍ英은 평화적 해결 촉구
터키 이스탄불 도심 공원 재개발에 반대하는 시위가 주말을 거치며 전국적인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격화하면서 수백 명이 부상하고 1천700여 명이 연행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가 ‘터키판 아랍의 봄’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과 프랑스 등 주요국은 사태의 평화적 해결과 자유의 보장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AP,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이스탄불의 상업중심지이자 정치 1번지인 탁심광장(Taksim Square)에는 약 1천500명의 시위대가 집결해 6일째 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은 깃발을 흔들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이끄는 정권의 퇴진을 요구했다.
수도 앙카라에서는 총리 집무실 진입을 시도한 약 1천 명의 시위대를 경찰이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쏘며 진압했다. 전날까지 터키 전역 48개 도시에서 일어난 시위는 하루 만에 67개 도시로 확산됐다.
무암메르 귈레르 터키 내무부 장관은 “2일 현재까지 1천700명가량을 연행했으며 상당수는 신원을 파악한 뒤 귀가시켰다”면서 “지난달 28일 시위가 처음 발생한 이후 모두 235회의 시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시위대를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상자도 속출했다.
정부 관리들은 민간인 53명과 경찰 26명이 부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앰네스티는 경찰의 과도한 진압으로 부상자만 수백 명이고 2명의 사망자도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 시위자 1명은 경찰이 발포한 플라스틱 총탄에 맞아 실명했다고 인권단체는 전했다.
이번 시위는 이스탄불 도심 탁심광장의 ‘게지공원’ 재개발 공사를 저지하려는 시민단체 ‘탁심연대’가 지난달 28일 공원을 점령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묘목심기와 콘서트 등을 진행하면서 처음에는 평화롭게 집회를 했으나 지난달 30일 경찰이 이들을 과잉진압하면서 분노한 시민이 가세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특히 에르도안 총리가 1일 성명을 통해 시위대를 비판하면서 공사 강행의사를 밝히자 시위가 더욱 격화했다.
영국 유력지 가디언은 2일자 기사에서 이번 시위로 에르도안 총리가 집권 10년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면서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막는 정부의 권위주의적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에르도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소매점에서 주류를 팔 수 없도록 하는 등 최근 주류 판매와 관련한 규제를 강화한 것도 이번 시위의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규제 법안이 에르도안 정권의 보수화ㆍ독재화하는 증거라며 터키 국민의 불만을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사태가 격화하자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은 즉각적이고도 평화적인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 국무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터키에 표현과 집회·결사 등 근본적인 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했으며,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도 현지 언론에 “터키 사태의 평화적 해결 모색”을 강조했다.
그러나 파비우스 장관은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당선된 정부의 문제”라면서 터키 시위사태를 2011년 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쓸었던 ‘아랍의 봄’ 혁명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방형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