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총리 인도 방문, ‘무역적자 해소’ 약속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인도 방문은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리 총리는 지난 3월 취임 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인도를 선정했다면서 신뢰구축, 협력 등 외교적 용어를 남발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인도측이 구체적 해결책 마련을 기대한 국경문제에는 의미있는 진전을 보지 못했으며 경제협력 부문에서만 약간의 성과가 있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국경문제, 기존 해결 메커니즘 개선 합의
리 총리는 인도 방문 첫날인 19일과 다음날 만모한 싱 총리와 머리를 맞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양국이 세계의 시장수요를 창출할 잠재력이 있다면서 세계경제의 새 엔진을 만들자고 주문했다.
양국관계가 세계평화에 열쇠역할을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싱 총리는 작심한 듯 국경 평화와 안정이 깨지면 양국관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양국간 국경분쟁을 겪는 카슈미르 지역에서 도발이나 분규 발생을 억제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리 총리는 양국간 차이점이 있다는 식으로 넘어갔다.
회담에서 기대를 모은 국경문제와 관련해 양측은 기존 해결 메커니즘을 개선키로 한데서 그쳤다.
1962년 국경문제로 전쟁까지 벌인 양국은 이후 문제해결을 위해 15차례 회담을 열었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전쟁 이후에도 사실상의 국경선 부근에서 크고 작은 충돌을 빚어왔다.
지난달 중순엔 중국군 병력이 카슈미르 실질통제선(LoC)을 넘어 20km까지 들어와 주둔했다. 이에 살만 쿠르시드 인도 외무장관이 이달 초 베이징으로 날아가 리 총리의 인도 방문을 준비하면서 중국군 병력은 3주만에 극적으로 철수했다.
인도에선 정부가 영토를 침범당하고도 중국에 입바른 소리를 못한다는 야권의 비난이 들끓었다.
이번 회담에선 ‘협력’, ‘신뢰구축’ 등 공허한 외교용어 속에 국경문제가 가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한 인도 신문은 중국이 국경문제에 대한 해결이 아닌 ‘관리’ 대책을 내놓았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중국, 인도 무역적자 해소키로
리 총리는 21일 뉴델리에서 열린 재계인사 포럼에서 인도의 대(對)중국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시장개방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통계에 따르면 인도와 중국간 지난해 무역규모는 665억 달러로 인도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290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은 인도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양국은 2015년까지 무역규모를 1000억 달러로 늘리기로 이미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리 총리는 균형잡힌 무역이 양국간 우호관계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중국이 잘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역적자 해소방안은 양국간 공동성명에도 반영됐다.
하지만 인도 언론은 리 총리가 대동한 많은 중국 기업인들이 인도 상품을 사기보다는 자국 상품을 팔려 하는 자세를 더 많이 보였다고 꼬집었다.
중국으로선 아시아·태평양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미국에 대항하고자 인도를 끌어안으려 애쓰고 있다.
인도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은 중국의 이러한 대미전략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편 리 총리는 사흘간의 인도 방문에서 집권 국민회의당의 소냐 간디 총재 등을 만나면서 소탈하면서도 때로는 과장된 태도를 선보였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제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