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핵폐기물 처리, 협의 필요”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처음으로 가진 정상회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두 정상은 이날 30분간의 정상회담을 끝내고 45분간 오찬을 함께 했다. 이 과정에서 예정에 없던 사적회담을 가지면서 기자회견도 10분 가량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양국 정상의 공동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전체적으로 볼 때 정상회담이나 오찬회담도 처음 만나는 정상들인데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굉장히 화기애애했다”며 “그런 것이 (회담 결과에) 반영된 것 같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에 “박 대통령의 선거 압승을 축하하고 미 행정부내에 박 대통령을 찬양하는 분이 많다”며 칭찬으로 회담을 시작했다.
또 “미국은 한국을 가장 중요한 관계라고 여긴다”며 “앞으로 개인적 관계도 강화해 4년간 양자관계 및 지역적 문제에 대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도 덕담으로 화답했다. 오찬회담을 시작하면서 박 대통령은 “버락(Barack)이라는 이름이 스와일리어로 ‘축복받은(blessed)’이란 뜻이라고 알고 있다”며 “박근혜의 ‘혜(惠)’자도 축복이라는 뜻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름부터 공유하는게 많다”고 친밀감을 표시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브이(v)’ 사인을 그리며 기분좋게 공감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모두발언을 통해 “아까 박 대통령에게도 말했는데 내 아이들이 ‘강남스타일’을 저한테 가르쳐줬다”며 분위기를 좋게 풀어갔다. 한미동맹이 60주년을 맞은 것과 관련해서도 “한국에서 60세라는 것이 생명과 장수를 기념하다는 ‘환갑’이라는 특별한 날이라고 들었다”며 한국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드러냈다.
이날 오찬회담과 정상회담 사이에는 사적회담으로 두 정상이 통역 없이 로즈가든 복도를 10여분간 걸어가면서 친교를 강화하기도 했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는 한국계 여성 보좌관을 두고 있는 조 바이든 부통령이 보좌관과 함께 찾아와 잠시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이날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였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설명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아주 올바른 방법론”이라고 치켜 세웠다고 윤 장관은 전했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인 ‘서울프로세스’와 관련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다자적인 접근(approach)이 중요하다”며 인식을 같이하고 중국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양 정상이 서로의 대북기조가 서로 유사해 일맥상통한다는 얘기를 나누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상’ 비전이 한반도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데 공감했다고 한다.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에 대해서도 양 정상 모두 “협정이 2년 동안 잠정적으로 연장됐지만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좋은 성과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공감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부에) 그런 지시를 하겠다. 잘 통과될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했다.
특히 사용후 핵폐기물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양국 정부간에 협의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찬회담에서 나온 전문직 비자 쿼터 확보 문제와 관련해서는 박 대통령이 “미 의회에 안건으로 상정돼 있지만 행정부에서 강력히 지원해 달라”고 말했고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부에서도 강력한 지원을 하겠다”는 의사표현이 있었다고 윤 장관은 설명했다.
이밖에 박 대통령은 “동북아 지역의 평화를 위해서는 일본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으며 이에 오바마 대통령도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오바마 대통령에게 비취 장식이 있는 은제 사진액자를 선물하고 부인 미셀 오바마 여사에게는 전통 반상기 세트와 한국요리 책자를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묵게 된 귀빈 숙소인 블레어 하우스(Blair House)와 관련 48년 전 부모님인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가 미국 방문시 방명록에 남긴 사인을 발견하고는 잠시 회상에 젖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