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샤라프, 4년만에 파키스탄 귀국…정국긴장
탈레반 “귀국시 테러”…무샤라프 “목숨 걸고 구국하겠다”
페르베즈 무샤라프(69) 전(前) 파키스탄 대통령이 4년여간의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24일 귀국했다.
그러나 탈레반 세력이 무샤라프를 미국과 손잡은 이슬람의 적이라고 규정하며 살해 위협을 가하고 있어 정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무샤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에미리트항공 비행기 편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출발, 현지시간으로 낮 12시45분(한국시간 오후 4시45분)께 파키스탄 남부 도시 카라치에 도착했다.
그는 공항에 마중 나온 수백명의 지지자에게 “내가 귀국했다. 내가 결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던 사람들은 어디에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알라신 외에는 어느 누구에게도 겁먹지 않는다”면서 “내 목숨을 위험에 빠트리고자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무샤라프는 “나는 비록 목숨이 위험에 처하더라도 귀국해 파키스탄을 구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았다”면서 “내게 그런 (살해) 위협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알라신의 은총을 받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지자들은 북을 치고 춤을 추며 건국의 아버지 무함마드 알리 진나의 사진이 그려진 녹색기를 흔들기도 했다.
그는 이날 카라치에 있는 진나 묘역에서 집회를 열어 연설할 예정이었으나 탈레반측의 협박을 감안해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샤라프는 공항에서 지지자들과 잠시 만난 이후 파키스탄 당국의 안전요원들에 의해 호송차량에 태워진 뒤 모처로 긴급 이송됐다.
현재로서는 당국이 그를 안전상 이유로 이송한 것인지, 아니면 형사상 이유로 구금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직까지 그의 소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무샤라프는 집권 말기인 2007년 12월 발생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암살사건과 관련해 부토에게 적절한 경호를 제공하지 않은 혐의로 유죄선고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 당국은 당초 그가 귀국하는 대로 체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그의 딸 아일라 라자가 카라치의 신드 고등법원에 탄원을 내 보석허가를 받으면서 귀국시 체포당할 위기를 모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전통의상을 입은 그는 두바이에서 항공기 탑승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조금 걱정스럽다고 인정하면서도 “긴장되지는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에 따른 불가측한 요인들이 많고 법적인 문제도 있다”면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두바이 국제공항에도 그의 지지자들이 몰려 나왔으며 일부 지지자와 취재진이 비행기에 동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무혈 쿠데타로 집권한 뒤 2008년 총선 패배 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망명생활을 한 무샤라프는 오는 5월 11일 총선에 참가하기 위해 귀국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이에 대해 탈레반은 그를 ‘9·11테러’ 후 미국에 협력한 이슬람의 적이라며 공공연히 살해위협을 가하고 있다.
특히 탈레반은 무샤라프가 귀국할 경우 자살특공대를 보내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파키스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전까지 국정을 운영할 과도내각 총리로 미르 하자르 칸 코소(83) 전 대법관 및 발루치스탄주(州) 고등법원장을 임명했다.
파키스탄 북서부 북와지리스탄 군 검문소에서는 전날 밤 발생한 차량폭탄 테러로 50여명이 사상했다.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차량이 유류 탱크를 들이받고 터졌다”며 “이 폭발로 막사 2채가 파괴돼 군인 17명이 숨지고 민간인 3명을 포함해 37명이 다쳤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유창엽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