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프놈펜 결혼식…”주례·혼인서약은 없어”

신랑신부, 양가부모 어우러져 한껏 마시고 춤추고

캄보디아 프놈펜에서는 결혼식 때 부모형제 친지들과 함께 장장 5시간여의 피로연을 갖는다. ‘눈도장 찍는’ 차원에서 함께 하는 결혼식 사진촬영 시간이 따로 없는 대신 결혼식장 입구에서 신랑신부가 하객이 도착하는 순서대로 따로 기념촬영을 한다.

하객들은 웨딩마치를 기다리는 신랑신부 옆에 도열한 채 재스민 꽃잎을 나눠 가진다. 신랑신부가 입장할 때 조금씩 던져주기 위해서다. 부모님들은 웨딩마치에 앞서 연단 앞에 서있는데, 신랑신부는 연단으로 곧장 걸어가지 않고 팔장을 한 채 연단 앞 커다란 원형 과일바구니 주변을 3~5바퀴 돈 뒤 부모님들과 함께 나란히 하객들을 향해 선다.

주례는 따로 없다. 혼인서약 대신 신랑신부와 그들의 부모들이 차례로 마이크를 잡고 하객들에게 인사를 한다. 신랑신부도 한마디씩 한다. 과일바구니 앞으로 나와 서로 과일을 입에 먹여준 뒤 신부가 먼저 양볼과 이마에 입을 맞추고, 신랑도 같은 행위를 한다. 사회자는 짓궂게 입맞춤을 요구한다.

식장에서 밴드요원들은 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하객들이 먹는 음식을 날라다 먹고, 담배도 피운다. 여성들 대부분은 등이 깊게 파인 드레스와 짧은 치마를 입고 진한 화장으로 한껏 멋을 낸다.

23일 기자가 찾은 캄보디아 언론인 차이 소팔(Chhay Sophal) 기자의 조카 결혼식장에서는 10~12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 하나당 120달러를 받는데, 인도차이나 대표 음식인 똠양꿍을 비롯한 푸짐한 음식과 맥주, 각종 음료수, 위스키가 무제한 제공됐다.

똠양꿍
대나무잎에 싼 푸딩과 떡, 밤 경단 등 다양한 캄보디아 후식들.

따로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위스키는 ‘시바스 리갈 12년산(현지가격 30달러)’이었는데, 양주가 무제한 제공되는 결혼식으로 봐선 중산층이 맞나 싶다.

시골에서는 결혼식을 끝낸 날 신부가 시댁에서 이틀을 함께 지내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총 3일간 결혼식 날짜를 잡고 이틀째 식을 올린 뒤 나머지 하루 온종일 먹고 마시는 옛 풍습도 있지만, 말 그대로 옛 풍습이다.

차이 소팔 기자는 “전통 혼례 뒤 신랑의 부모가 신혼방 문에 귀를 바짝 대고 첫날밤을 치르는 풍습이 있다”고 귀띔해줬다.

식이 끝나면 사람들은 밴드 반주에 맞춰 연단 앞에 모여 쉼 없이 춤을 춘다. 양가 부모님은 물론 신랑 신부도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하객들과 한참동안 춤을 춘다. 이런 식으로 남녀노소가 어우러져 예식 시간 포함 5시간 가량을 즐긴다.

중산층 기준 축의금은 보통 20~30달러인데, 아주 친한 친구나 친척들은 50달러 혹은 그 이상도 한다. <글·사진=이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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