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식당 “일본인 출입 금지”…민족주의 논쟁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과의 영유권 갈등에 불만 표시…중국 당국에도 비판 여론
‘일본인과 필리핀인, 베트남인, 그리고 개는 출입 금지’
중국인이 반(半) 식민지 시절 영국을 비롯한 서방으로부터 겪었던 수모를 연상시키는 내용이다.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의 한 식당에 나붙은 이 안내문이 페이스북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중국의 민족주의 논쟁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25일 영국 BBC방송 중문판에 따르면 ‘로즈 탕’이라는 이름의 네티즌이 지난 21일 베이징의 관광 명소 허후하이(後海)에 있는 궁왕푸(恭王府) 부근 식당 ‘바이녠루주(百年鹵煮)’ 창문에 불어 있는 안내문을 사진으로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안내문은 중국이 동ㆍ남중국해의 섬과 해양 주권을 놓고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과 벌이고 있는 갈등이 쉽게 해결될 조짐이 없는데 대한 불만의 표시로 보이지만 이를 비판하는 여론도 거세다.
로즈 탕은 이 사진에 ‘민족주의 감정을 지닌 종족주의’라는 제목을 부치고 중국 당국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민중에게 외국 적대와 민족주의를 격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패와 불공정, 그리고 환경 위기에 대한 민중을 관심을 다른 ‘추악한 대상’으로 돌리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식당 주인 왕(王)씨는 애국심에서 이 안내문을 내게 됐다면서 다른 사람의 비판이나 외국 손님 감소에 따른 영업상의 불이익에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많은 사람이 자신의 행동에 찬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베이(河北)서 바이양뎬(白洋澱) 출신인 그는 이 식당을 2년째 운영해왔다며 바이양뎬은 항일 유격지로 유명하다고 자부심을 표시했다.
그러나 상당수 네티즌들은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이는 중국 정부와 당의 잘못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당국자들이 다른 국가의 진상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역사를 왜곡해 중국 일반 백성이 이런 무식한 짓을 저지르도록 유도했다는 비판이다.
미국에서 은퇴한 중국계 교수인 조지?잔은 문제의 식당 주인은 유치하기 짝이 없다며 이 사람이 중국의 대다수 민중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미국을 방문중인 중국 학자 셰셴쥔(謝選駿)은 식당 주인 왕씨가 동ㆍ남중국해 영토 분쟁 때문에 일본인, 필리핀인, 베트남인의 식당 출입을 금지했다면 국경 분쟁이 있는 러시아와 인도는 왜 거론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학자들은 애국주의 정서는 양날의 칼이라면서 중국 정부는 이 사실을 잘 알면서도 수시로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인민의 애국심을 자극한다고 지적했다.
한 학자는 민중의 애국심을 지나치게 격려하면 원하지 않았던 대규모 민중 시위가 엉뚱한 방향으로 번질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에서는 작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에 따른 대규모 반일 시위가 외국 기업과 상점에 대한 폭력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