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림 칼럼] 디지털 시대의 언론자유, 그 희망과 위험

아이반 림(Ivan Lim, 사진 왼쪽에서 3번째)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장이 지난 2013년 2월 9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열린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컨퍼런스에서 ‘디지털시대의 언론자유, 그 희망과 위험’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네팔컴퓨터협회(Computer Association of Nepal)와 인터넷 소사이어티(Internet Society of Nepal)가 주최한 이번 컨퍼런스는 ‘네팔의 인터넷 민주주의 확대(Promoting E-Democracy in Nepal)’를 주제로 2월 8~9일 이틀간 열렸다. 네팔의 정보통신분야 정부 고위관료와 국회의원, 대학교수들은 물론 방글라데시, 인도, 스리랑카 등 여러 나라 NGO 전문가 및 학계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아이반 림 회장은 주제발표에서 네티즌들의 의식 개발과 참여가 민주주의 플랫폼 변화에 핵심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아이반 림 회장이 주제발표 내용을 직접 풀어 쓴 칼럼이다. <편집자>

점심식사 약속에 가기 위해 시내 지하철을 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경비직에 취직하기 위해 면접을 볼 예정이라고 했다. 나는 경비원이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특히 그가 컴퓨터를 다룰 줄 알아야 하는지가 궁금했다. 그는 아니라고 했다. 단지 요즘 기차역, 고속도로, 은행, ATM기, 정부청사 등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새로운 시대의 감시도구 CCTV를 모니터링하는 방법만 알면 된다고 했다.

감시는 이제 우리 삶의 필수요소가 됐다. 특히 9·11 테러와 런던 지하철 폭탄테러 이후 더 심해졌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감시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됐다.

하지만 조지 오웰의 <1984>에 나타난 ‘빅 브라더’와 같은 사생활 침입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중앙의 높은 감시탑에서 주변 수감자들을 감시하는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의 판옵티콘(Panopticon)과 유사한 상황으로, 디지털 시대의 언론 자유와 규제에 대한 논의를 유발한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벤담의 판옵티콘 감시체계 원리는 감시자가 휴식을 취하거나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도 수감자들이 감시당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수감자들은 항상 감시자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

다시 말해 실제적인 감시가 필요없는 자동 규제다. 수많은 시민들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게 된 지금도 일부 독재정부가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이런 식의 정보유통 규제는 인터넷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권리를 위해 발언하고 저항하는 시민들의 힘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낙관주의를 좌절시킨다.

인터넷은 오히려 더 많은 표현의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과 정보의 흐름을 규제하고 정부의 의제를 설정하고자 하는 정부간 난투극이 벌어지는 공간이 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 전문가는 “시민권과 자유와 같은 이상적인 환상들은 기술권력(technocracy)이 지배하는 반이상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이다. 제4의 권력인 텔레비전과 라디오는 제5의 권력인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플리커(flickr), 프랜드피드(friendfeed)와 같은 소셜 미디어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관련 수치들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잘 보여 준다. 지난 2010년 세계 인구 68억 명 중 28.7%인 19억명 이상이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었다.

 

디지털 혁명이 세계적이라는 사실은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10대 언어가 다양하다는 데에서도 나타난다. 이들 10대 언어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독어, 아랍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한국어다. 여기엔 밝은 전망과 위험이 공존한다.

현재 낡은 미디어는 독자 수와 광고의 감소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종보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트위터와 다른 소셜 미디어들은 아랍의 봄을 이끌었던 2011년 튀니지 혁명과 2012년 후쿠시마 지진과 쓰나미 등의 위기를 전세계에 알렸다는 점을 인정받게 됐다.

시민 기자들은 정부의 감시와 편집을 피해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블로그에 의지하게 됐다.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시민 기자들의 역할을 ‘새로운 디지털 민주주의 형성’이라고 정의했다.

시민 기자들은 독자들이 기존의 관영 매체와 다른 대안적 뉴스와 시각을 접할 수 있게 했고, 온라인 매체는 강한 규제를 통해 여러 채널들을 관리하고자 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 야당과 비영리단체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명확히 밝힐 수 있도록 했다.

많은 아시아 나라에서 정부의 입장과 다른 시각을 전달하는 것이 독재 정치를 막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야당이 민주주의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시민 기자들은 정부의 테두리 밖에서 목소리를 전하면서, 권력의 남용과 고위층의 부패를 폭로하는 개혁 운동에 동참했다.

그러나 정부측에서도 다른 수단를 동원했다. 온라인의 도전에 맞서 권력층은 자유로운 매체를 관리하고 블로거들을 규제하기 위한 새로운 법과 규제를 만들어냈다.

최근 몇 주 동안 다수의 블로거들이 정치권력에 의해 핍박받았다. 쿠웨이트에서는 한 블로거가 국왕을 모욕했다는 혐의로 감옥에 갔고, 중국에서는 충칭시 간부가 18세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을 폭로한 주 루이펑(Zhu Ruifeng) 기자가 경찰에 끌려갔다. 정부는 군에 근무하는 그의 부인을 통해 부패에 맞서 1인 시위를 벌이는 그에게 압력을 가했다. 그는 권력의 요구를 거부했고 이 때문에 부인과 이혼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유명 블로거 알렉스 오(Alex Au)가 블로그에 올린 여당 의회가 운영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판매에 관한 글에서 “명예훼손적인 진술”을 삭제하라는 총리 명의의 편지를 받았다. 또 법적 조치를 당하고 싶지 않으면 사흘 안으로 사과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결국 그는 두 가지 요구 사항을 모두 이행했다.

이런 사례들로 미뤄 볼 때, 정부권력은 대체로 개인 블로거들의 활동에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들은 이런 상황을 두고 “원숭이를 겁주기 위해 닭의 목을 조른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는 온오프라인 기자 모두에 대해 정부를 비판하지 말라는 판옵티콘 효과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시민 기자들이 주류 언론에 종사하는 전문직 기자들만큼이나 위험이나 직업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전문 기자들과 같은 행동 강령을 마련하고 준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빅 브라더에 의한 감시는 그들의 글을 더 이상 흔들지 못할 것이다.

*원문은 아시아엔(The AsiaN) 영문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www.theasian.asia/archives/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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