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거리시위..’암살정국’ 불안
유력 야당 지도자의 암살 사건이 불안하던 튀니지의 정국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튀니지 총리가 내각에서 정치인을 배제한 새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튀니지 곳곳에서 격렬한 항의시위가 벌어졌고 진압 경찰관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의회 등원을 거부한 야권은 총파업을 촉구했다.
하마디 제발리 튀니지 총리는 6일(현지시간) 정파와 무관한 기술관료를 중심으로 새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제발리 총리는 TV 연설을 통해 새 정부가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치러질 선거 전까지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즉시 현 정부를 해산하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집권 엔나흐다당 소속인 제발리 총리의 입장 표명은 이날 오전 좌파 정치연합체 ‘대중전선’ 지도자 초크리 벨라이드(48)가 자택 근처에서 암살된데 따른 일이다. 튀니지 내무부는 벨라이드가 머리와 목 등 네 곳에 총격을 받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에 야당 지지자 수천 명이 수도 튀니스 중심가로 쏟아져 나와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고, 일부 시위대는 내무부 건물로 행진하기도 했다.
진압에 나선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돌을 던지는 시위대에 맞섰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1명이 숨지는 일도 벌어졌다. 튀니스의 시위대는 벨라이드의 시신을 옮기던 구급차가 나타나자 구급차를 에워싸기도 했다.
튀니지 언론은 튀니스 뿐 아니라 가프사와 수세 등 전국 곳곳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고, 엔나흐다당 지구당 사무실이 시위대로부터 공격받았다고 전했다.
이슬람협력기구(OIC) 정상회담 참석차 이집트를 방문할 계획이던 몬세프 마르주키 튀니지 대통령은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마르주키 대통령은 귀국 직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암살 사건은 모든 튀니지인들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2011년 1월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을 축출한 일을 계기로 튀니지에서는 민주 혁명이 진행돼 왔지만, 집권 이슬람주의자들과 야권과의 정치 불안은 줄곧 이어져 왔다.
특히 야권은 벤 알리 정권의 인물들을 추적하겠다며 몇달 전 조직된 친여 단체 ‘혁명 수호 연맹’이 설립 취지와 달리 야당 인사들에 대해 여러번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해 왔다.
엔나흐당은 폭력 행위를 지원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중전선을 비롯한 4개 야당은 이날 의회 등원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총파업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체 217석인 의회에서 이들 4개 야당은 40석을 차지한다. 튀니지 노동단체들은 7일 회의를 열고 총파업 실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프랑스와 미국도 튀니지 정치 불안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과거 튀니지를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벨라이드가 살해당함으로써 튀니지는 가장 용기 있고 자유로운 목소리를 내온 한 사람을 잃었다”는 성명을 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런 비겁하고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은 무엇으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며 “튀니지의 민주화 이행 과정에서 정치 폭력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AP/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