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방문해 ‘V자’ 날리는 이란 대통령
34년 만에 이집트를 방문한 이란 대통령이 경제위기를 겪는 이집트에 대규모 신용공여(credit line)를 제의했다. 이번 제의로 30여 년간 적대적이었던 양국 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슬람협력기구(OI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카이로를 방문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이집트 국영 일간지 알-아흐람과 인터뷰에서 “이집트 형제들에게 대규모 신용공여를 할 수 있다”며 “양 국민이 힘을 모으면 중요한 세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집트의 발전과 안보가 이란에 중요하다며 이란은 이집트와 협력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집트는 2011년 시민혁명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이집트 중앙은행에 따르면 2011년 1월 360억 달러에 이르던 외화보유액은 2년 만에 3분의 1 수준인 136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한편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집트 내 반(反)이란 정서를 의식한 듯 “양국 간 공통점이 차이점보다 더 많다”며 “40명이 한 버스에 앉아 있으면 서로 모두 달라 보이지만 모두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집권한 이란 정부는 이집트가 모함마드 레자 팔레비 이란 국왕의 망명을 허용한 데 이어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체결하자 다음해 단교를 선언했다.
이후 30여 년 이어진 양국의 적대관계는 지난해 8월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하면서 전환점을 맞았으나, 수니파가 다수인 이집트와 시아파 강국인 이란의 관계는 여전히 냉랭하다.
특히 이집트 최고 종교지도자 아흐메드 알 타예브 대(大)이맘은 지난 5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수니 이슬람 국가에 시아 이슬람을 전파하려는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5일은 아마디네자드의 이집트 방문 첫날이었다.
수니파 최고 종교기관 알아즈하르도 시리아 정권을 지지하는 이란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