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 ‘재집권’… “이란 핵무기 막을 것”
중동평화와 이란 핵 문제 등에서 강경 기조를 고수해온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집권 우파연합이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총선에서 신승했다.
그러나 우파연합의 기존 의석수에 한참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거둔데다 팔레스타인과의 대화를 강조해온 중도좌파 신당이 약진함에 따라 네타냐후로선 중동정책 유연화 압박을 더 크게 받을 전망이다.
투표시간 종료 후 공개된 이스라엘 주요 3대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 집권 리쿠드-베이테누 연합이 전체 120석 가운데 가장 많은 31석을 차지하며 다수당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10월 합당한 리쿠드당과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이 4년 전 총선에서 얻은 42석(양당 획득 의석수의 합계)과 비교하면 11석이나 줄어든 결과여서 네타냐후에겐 ‘패배나 다름없는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네타냐후는 국제사회가 이란 핵 문제에 관심을 쏟게 하고, 남유럽발 위기 속에서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에서 돌파구를 만들지 못하는 터에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의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는 등 강경책을 구사, 동맹국들과도 자주 충돌했다는 점에서 비판여론이 적지 않았다.
반면 중도 좌파 성향의 신당 ‘예쉬 아티드’당이 선거 전 예상 의석수의 2배 가까운 19석으로 제2당 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연립정부 구성에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좌파 성향의 노동당은 17석을 차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제2당으로 부상할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또 다른 극우 정당 유대인가족당은 12석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타냐후 총리는 승리 연설에서 “가능한 한 넓은 범위의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며 연정 확대 방침을 밝혔다.
이제 이스라엘 안팎의 관심은 네타냐후의 연립정부 구성 방향과 그에 따른 대 중동정책 변화 여부에 쏠리고 있다.
향후 네타냐후의 보수연합이 과반 의석(61석) 확보를 위해 중도파 정당들을 적극 포섭하려 할 경우 대(對) 팔레스타인 정책에 유연성을 보이라는 압박도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수의 중도 정당 지도자들은 선거 전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과의 평화구축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네타냐후 총리는 돌풍의 주인공인 ‘예쉬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당수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는 훌륭한 일을 함께할 기회를 얻게 됐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리쿠드당 관계자가 밝혔다.
중도정당 포섭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네타냐후가 중동정책에서 ‘양보불가’를 주장하는 강경파 정당들로만 연정을 꾸릴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 문제는 물론 사회보장제도 등 각종 경제·사회 현안에서 야당과 자주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외교·안보 문제보다는 정통파 유대교 신학생들에 대한 병역면제 여부, 정부 재정운용 등 이스라엘 국내 현안이 한동안 정국 흐름을 주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유권자들이 개별 후보가 아닌 정당 명부에 투표해 그 결과로 전체 120개 의석을 당 지지율에 따라 각 당에 배분하는 비례대표 방식으로 총선을 실시한다. 모두 32개 정당이 참가한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 약 550만 명 가운데 약 67%가 투표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선거 후 꾸려질 새 정부의 1순위 과제로 이란의 핵무기 보유 차단을 거론했다.
그는 강력한 안보와 책임있는 재정 및 외교정책 등 5대 원칙을 기초로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힌 뒤 “첫번째 도전은 이란의 핵무장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