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분쟁의 새 변수 ‘기후변화’
미국진보센터, “기후변화로 삶터 잃은 난민들이 새 분쟁 불씨”
수십년 지속돼온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분쟁 등으로 가뜩이나 지구촌 화약고 중 하나로 지목돼온 남아시아(서아시아) 지역이 기후변화로 삶의 터전을 잃고 국경을 넘는 난민들 문제로 또 다른 분쟁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가령 방글라데시 국민들은 홍수 등 잦은 자연재해로 국토 면적이 갈수록 축소, 생존을 위해 아셈 등 인접한 인도 북동부 지역으로 불법적인 집단 이주를 감행해 이 지역에서 분쟁과 안보 위협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4년 전 오바마 대통령 집권 때 정책공장 역할을 했던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는 지난달 26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제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인도 아셈지방에 대거 불법이주, 이를 둘러싼 긴장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남아시아 기후변화, 이주, 그리고 분쟁>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북동부 아셈지방은 기후 취약성과 이주민을 둘러싼 분쟁이 유독 심하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따른 이주와 분쟁 문제가 가장 잘 집약돼 나타나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가 인도 대륙 전역의 거주지를 전면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국경을 넘는 난민들이 속출할 경우 앞서 이 지역에서의 민족적, 종교적 분쟁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지역 내 긴장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국진보센터는 기후변화에 따른 이주와 분쟁 등의 문제가 가장 잘 집약돼 나타나는 지역으로 인도 북부 아셈지방을 꼽았다. 이 지역이 기후에 매우 취약하고 이주민을 둘러싼 분쟁이 유독 심하기 때문이다. 자연재해로 농경지, 심지어 단순 주거지마저 영구적으로 침수돼 새로운 삶터를 찾는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의 ‘기후 난민’들이 인도 국경을 넘어?아셈과 콜카타 등으로 몰려 들고 있다.
앞서 독일 환경단체 게르만와치(Germanwatch)는 최근 20년간 기후변화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국가로 방글라데시를 꼽았다. 국토의 60%가 해발고도 5m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 벵골만 연안의 쿠툽디아 섬은 해수면 상승으로 지난 100년 사이 무려 85% 면적이 줄었다. 또 벵골만의 수온이 오르면서 방글라데시를 덮치는 사이클론의 횟수가 잦아졌다. 2007년에는 대홍수와 사이클론 ‘시드르’로 농경지와 삼림이 대거 훼손됐다.
2010년 파키스탄에서는 대홍수로 3180만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했다. 강가 주변 지역에까지 바닷물이 쇄도, 삶터를 잃은 주민들이 이주를 하는 과정에서 국경을 넘기도 한다.
보고서를 대표 집필한 미국진보센터의 마이클 베르츠(Michael Werz) 수석연구원은 “선진국들의 산업화로 기후변화가 초래됐는데 애꿎게 남아시아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UN이 제네바협정에 따라 ‘전쟁이나 정치적 박해 때문에 조국에서 쫓겨난 사람’으로 정한 ‘난민’의 정의를 새롭게 넓혀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베르츠 연구원은 또 “남아시아지역에서는 ‘기후변화와 역내 인구의 이동성’이 발전과 안보 목표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미래 인구 증가와 맞물려 기후변화가 인도 대륙 전역의 거주민 분포를 재배치한다면 아셈 등 인도 대륙의 긴장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진보센터는 오는 2050년까지 지구촌 전역에서는 2억 명의 기후 난민이 생길 것으로 추정했다. 남아시아 방글라데시나 파키스탄, 태평양의 해수면 상승지역인 투발루 같은 자연재해에 취약한 나라들은 물론 중국의 상하이와 인도 뭄바이, 필리핀 마닐라,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영국 런던과 이탈리아 베니스 등에서도 기후 난민이 생겨나리라는 전망이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15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 국제이주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 IOM)가 추정한 10억 명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추정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지구촌 도처에서 자연재해가 심각할 경우 10억 명 이상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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