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 다운계약서? “법령개정 내력 알고 문제 삼아야”
또 ‘다운계약서’다.
이번에는 문재인 야권 단일후보가 도마에 올랐다. 2004년 빌라를 사면서 실거래가 대신 시가의 약 30%수준인 시가표준액에 근거해 신고한 것이다.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들은 문후보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재직시절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공직후보자의 잣대가 아니라 당시 공직자로서의 청렴의무를 저버렸다는 측면에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공격이 전과를 높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주택 거래 당시 법령을 위반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취득세는 이익을 포착해 부과하는 조세가 아니기 때문에 실거래 가격이 아닌 취득당시 객관적 가치를 평가한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본다. 2006년 실거래가격 신고 의무가 법제화되기 전까지는 시가의 약 30%수준인 시가표준액에 따라 신고해도 무방했던 이유다.
부동산 거래 결과 바뀐 소유권을 관할 등기소에 대신 신고해주는 법무사들은 당연히 실거래가보다 훨씬 낮은 시가표준액으로 신고해도 법을 어긴 게 아닌 시절이었다. 법무사들 입장에선 고객의 취득세 등록세를 줄여주기 위해 실제 계약서가 아닌 다운계약서를 작성, 지자체에 제출해 검인을 받았다.
2005년 이전에는 시가의 80% 수준인 국세청 기준시가로 부동산 양도차익을 신고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양도자가 요구하면 매수자는 실거래가보다 낮게 다운계약서를 써주는 관행이 만연돼 있었고 불법도 아니었다.
문후보의 주택거래가 이뤄졌던 2004년 당시 ‘부동산등기법’과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 신고에 관한 법률’에도 “반드시 실거래가로만 신고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었다. 실거래가 신고정책은 2005년 5월 ‘부동산거래시스템’이 개발돼 같은 해 7월(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 신고에 관한 법률)과 12월(부동산등기법) 관련 법령에 반영돼 이듬해부터 시행됐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이 대목에서 ‘절세권’이라는 개념을 꺼낸다. 납세자가 세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당연히 세금을 덜 내려 할 수 있고, 그 권리를 ‘절세권’으로 표현한 것이다. 복잡한 세법과 등기절차의 어려움 때문에 세무사나 법무사에게 세금신고와 등기절차를 수임할 수밖에 없는 납세자들이 설혹 스스로 법령에 정통했을지언정 법에 저촉되지 않는 절세(節稅)를 마다하겠는가라는 취지다.
문재인 캠프는 28일 밤 “2008년 매도 때 법에 따라 실거래가로 신고해 이에 따른 세금도 납부했으며 세금 탈루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캠프는 그러나 “비록 법위반은 아니지만 법무사의 등기절차까지 꼼꼼하게 살펴보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법조인 출신 대선후보답게 법령에 대해 해석과 판단에 근거해 해명을 했고, 정치인 필수덕목인 수사(Rhetoric)도 시의적절하게 곁들인 셈이다.
앞서 동아일보와 TV조선 등 일부 언론은 “다운계약서를 썼다면 취-등록세를 최소 700만원에서 최대 1200만원을 내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김선택 회장은 “사실상 다운계약서를 권장했던 당시 법률과 관행을 무시하고 당시 법령체계 하의 정당한 절세행위를 ‘탈세’로 몰아붙이는 보도 태도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다수 언론들은 “문 후보가 정치쇄신안을 발표하면서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병역비리 ▲논문표절 등 5가지에 해당되면 공직자로 임용하지 않겠다”고 한 점을 들어 ‘문후보의 다운계약서가 세금탈루에 해당 된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2006년 이후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 됐기 때문에 법령개정 이후의 사례에 대해서만 공직후보자 검증 때 거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