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이 기사] 인천 신흥중 선생님들의 열정 전국에 번지길
지역 상권 하락세로 쇠퇴하던 명문 중학교가 선생님들의 노력과 창의경영학교로 선정되면서 2년 만에 학교 폭력이 10%로 줄고 실력도 늘어 학생들의 인성이 좋아지고 있다는 기쁜 소식을 11월 22일자 동아일보는 15면 머리기사에서 전하고 있다.
인천광역시 중구 신흥중학교는 전체 학생 수가 2000명을 넘었던 때가 있었으나 전교생이 580명으로 줄었고 학생과 학부모의 다툼과 소송이 잦아 전출을 희망하는 교원이 해마다 10여명에 이를 정도였다.
전성기를 지나 내리막길을 걷던 이 학교를 살려보자고 몇몇 교사가 애를 쓴 끝에 신흥중학교는 작년 5월 정부가 지원하는 창의경영학교로 뽑혔고, 지난해 9월에는 공모에 지원한 김태용 교장이 부임하면서 혁신에 가속도가 붙었다.
김 교장은 교사들에게 최대한 자율을 부여했고 교사의 잡무를 줄이기 위해 행정 업무 전담교사를 3명 채용했다. 교직원회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연차에 구애받지 않고 편한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대화가 오가도록 ‘ㅁ’자형으로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
몇몇 교사들이 전체 교직원회의를 부담스러워해 나이가 비슷한 6~7명을 한 팀으로 ‘또래 교사회의’도 따로 만들었고, 지나치게 많은 보충수업도 없앴다.
한편 교사들은 ‘수업팡’이라는 소모임도 만들어 학생 상담, 학급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여 학생 지도에 힘쓰며, 교무실에 밤늦게까지 남아서 다음날 수업준비를 한다.
또 담임선생님들은 80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체험학습, 단체 영화관람, 학생 생일잔치 비용 등 학급운영에 자율적으로 사용한다. 자연스럽게 교사와 학생이 가까워지고 1대1로 사제 결연을 맺어 부모-자녀 관계처럼 끈끈한 정이 흐르게 된다. 선생님들은 업무량이 2배로 더 늘었지만 자발적으로 하는 분위기에 보람과 즐거움을 느낀다는 반응이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신흥중 학생의 80%는 평소 하기 힘든 속말을 털어놓을 만큼 선생님을 믿는다고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서 응답했다고 한다.
2001년 충남 천안 동성중학교 원어민 교사로 왔다가 한국식 교육에 깊은 인상을 받고 미국에 돌아가 뉴욕시에 ‘데모크라시 프렙 차터 스쿨’(DPPS)에서 한국식 교육방법으로 할렘가 학생들을 공부도 잘하고 인성도 착한 모범생으로 길러내는 세스 앤드루(34) 교장이 학생 30여명과 한국을 체험하고 엊그제 다녀갔다.
앤드루 교장은 한국의 선생님 존경, 예절 문화, 열심히 공부하는 풍토에 감명을 받아, 이 한국적 교육 가치를 미국에 이식하여, DPPS 학생들의 뉴욕시 고교졸업시험 과목별 합격률이 90~98%에 이르는 놀라운 기적을 이루어냈다.
한국식 교육의 성과를 입증한 이 합격률은 뉴욕시 평균 58~75%보다 월등히 높고, 물론 가장 부유한 지역의 사립고교 합격률을 추월한 성적으로 ‘뉴욕 빈민가’ 하면 떠올리는 청소년 일탈, 범죄 같은 부정적 이미지와 편견을 날려버린 것이다.
오바바 대통령도 미국 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할 때면 한국 교육의 장점과 성취에 대해서 심심치 않게 언급해온 것을 외신을 통해 우리는 들어왔다.
미국에서는 한국식 교육에서 장점을 발견하고 이를 받아들여 본보기로 삼는데 과연 우리 교육의 현실은 미국에 자랑할 만큼 충분한 성과를 얻고 또 바람직스러운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오늘날 우리 교육 현장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성적에 대한 중압감을 못 이겨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고층 아파트에서 투신하는 일이 잦고, 학교 폭력과 왕따에 못 견뎌 피지도 못한 인생을 스스로 접는 학생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이어져 우리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
이것은 대학입시용 성적 올리기에 몰두하여 점수에 따라 줄 세우기에만 너무 집착하는 우리 교육 풍토가 빚어내는 비극이 아닐까? 우리 사회가 이런 비극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까? 그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 사회에는 일등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각 분야에서 일등이 아니어도 모두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나름대로의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기에 학교는 공부에만 너무 신경을 쓰는 것보다는 학생들에게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미래를 준비하는데 도움을 주는 교육의 장이 되는 데에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신흥중학교 정문에는 ‘한 그루의 큰 나무보다는 아름다운 숲을 이루는 학교’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고 한다. 또 “우리 학교 나침반은 소통, 신뢰, 협력, 위로를 바탕으로 모든 학생을 건전한 도시민으로 성장시키는 데에 고정돼 있다”는 김 교장의 말에서 신흥중학교 학생들이 2년 만에 놀랍게 바뀐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신흥중학교 선생님들과 교장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보여준 열정과 교육 지향점이 입시용 성적 올리기에 찌들고 학교 폭력으로 얼룩진 우리 교육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해 준다.
오바마 대통령과 앤드루 교장이 한국식 교육에서 미국 교육의 돌파구를 찾은 것처럼 우리 교육 현장의 문제 해결 모델로 신흥중학교의 성공 사례는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