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번째 수요일> 1000번째 외침 “일본은 위안부 할머니께 사죄하라!”

14일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열린 제100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일본의 사죄를 촉구했다 <사진=민경찬 기자>

제100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14일 낮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열렸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주최로 열린 이번 수요시위는 1992년 1월8일 시작해 20년째 계속되고 있으며 이날로 1000번째를 맞았다.

평화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5명을 비롯해 정대협 등 공동주관단체 20여곳과 연대단체, 자원봉사자들 뿐 아니라 학생들과 가정주부, 근처 직장인 등 참석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으며 취재진들도 장사진을 이뤘다.

특히?일본인들도 시민단체 등을 조직해 피켓을 들고 나와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한명숙 전 총리와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 배우 김여진씨 등 정치인과 유명 연예인들도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집회는 일본 대사관 앞 뿐 아니라 지역연대집회 형태로 9개 지역 30개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또 세계연대행동의 일환으로 8개 나라 42개 도시에서 개최되는 등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집회에 앞서 정대협 윤미향 상임대표는 현재 뉴욕에 머물고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영상통화를 하며 집회에 모인 사람들을 비춰줬다.

배우 권해효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시민들의 성금으로 구입한 희망승합차 전달식과 ‘평화의 나무’, 홍순관씨의 공연이 이어졌으며, 한복을 입고 두 손을 가지런히 한 채 앉아 있는 소녀의 모습을 한 ‘평화비’가 제막됐다.

김순옥(90) 할머니는 풍물패 ‘바닥소리’의 길놀이 공연이 시작되자 1000번 째 집회에 대한 감회가 깊은 듯 내내 눈물을 글썽였다.

김복동(85) 할머니는 무대에 나와 “이 세상에 태어나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소녀들이 먼 외국나라 전쟁터로 끌려가 일본군의 노예가 되어 허무하게 짓밟혔다”며 일본인의 사죄를 요구했다.

참석자들이 일본의 사죄와 함께 우리나라 입법부와 행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며 각성을 촉구하는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이를 지켜보던 정치인들은 여러 차례 머리를 숙이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 피켓을 들고 참석한 전곡고등학교 2학년 홍다솔, 김솔, 임수진 학생은 “자발적으로 집회에 나왔다. 할머니들이 안쓰럽다. 빨리 일본이 요구조건을 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교과서에서도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자세히 배우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윤미향 상임대표는 “입법적, 행정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다시는 1000번째 집회처럼 길거리에서 할머니들이 시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날 행사에 앞서 서울과 평양에서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 공동 결의문을 채택했다.

‘제 1000차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참가자와 세계평화애호민’이라는 이름의 공동 결의문에서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십대 어린이에 대한 잔인한 폭력이며, 여성의 몸과 마음을 유린한 반인도적인 전쟁범죄이고, 인간의 삶을 철저히 짓밟은 가장 악랄한 인권유린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고 밝혔다.

또 일본정부에 ▲범죄 진상의 철저한 규명과 공식사과 ▲국제법에 따른 법적 배상과 명확한 조치 이행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역사교과서 기록 등을 촉구했다.

이밖에도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여 양자협상 성사와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을 촉구했으며, “국제사회도 전쟁과 여성폭력 중단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라”고 말했다.

최선화 수습기자 sun@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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