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는 아이도 장점 발견해 칭찬”

다시 태어나도 교사가 되고 싶다는 박은실 교장 선생님. 듣고 공감하고 칭찬해주는 게 몸에 뱄다.

만년 꼴찌학교서 중상위 학교로 탈바꿈 시킨
박은실 인천 동부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 위치한 동부초등학교. 인천에서도 외진 곳에 속하는 이 학교에는 580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동부초에는 ‘낙후된 학교’란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그 안에는 학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도 있다. 최근 학교 주변에 들어선 아파트 주민들은 다른 학교로 자녀들을 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런 그 곳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동부초는 인천 지역 학교 중 중상위권으로 발돋움 했다. 지난해 국어, 수학, 영어 평가에서 9명의 미도달자가 나타난 것과 비교해 올해는 수학에서 단 한 명의 학생만 낮은 평가를 받았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국어에서 우수하다고 평가 받은 학생이 17명→52명, 수학 8명→39명, 영어 53명→60명으로 각 과목별 성적이 대폭 향상된 점이다. 하위권의 학교가 1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은 드문 일이다.

변화의 중심에 박은실(59) 교장이 있다. 올해 초 부임한 박 교장은 무엇보다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애썼다. 교장실 문을 항상 열어놓고 누구나 스스럼없이 들어오도록 했다. 근엄한 교장보다는 가깝게 도와주는 선생님으로 각인되고 싶었다. 오는 아이들에겐 초콜릿을 선물했다. 사비를 털어 아침밥을 못 먹는 아이들에게 맛있는 빵을 매일 제공했다. 담배 피는 학생들에게도 야단보다는 좋은 점을 찾아 칭찬을 해주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가 성적으로 나타났다.

박은실 교장 선생님은 손수 차를 만들어줬다. 교장은 비서가 없다. 교사들이 도와주기도 하지만 박 교장선생님은 그런 일을 교사들에게 부탁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10일 동부초교 집무실에서 만난 박 교장은 “교육에서 ‘자아효능감’을 키워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자아효능감(자존감)이 큰 학생들은 공부도 잘 한다는 것이 교육심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의 지론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요. 이곳 아이들 중에 주눅 들고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가정형편도 영향이 있었겠지요. 학교가 지식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서적으로 자신감, 안정감을 주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박 교장이 부임 후 가장 열정을 기울인 것은 영어교육이다. 과외교습을 받기 어려운 이곳 아이들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 영어능력이었다. 박 교장 자신이 영어에 일가견이 있는 것도 영어교육에 드라이브를 걸게 한 요인이 됐다. 그는 현재 인천초등영어교육연구회 회장이기도 하다.

“교장 부임 후 선생님들에게 ‘영어교육은 내가 책임지고 하겠다’고 선포를 했어요. 글로벌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영어 능력이 필수니까요. 다른 교과목도 부족한 상황에서 영어 능력을 향상시킬 거란 말에 다들 반신반의했죠. 우선 6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어 교과서 중 한 챕터를 외워 발표하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가졌어요. 지금은 특수반 아이들도 따라할 정도가 됐죠. 영어로 쓰인 상장을 받은 학생 부모들의 고맙다는 전화도 많이 받았어요.”

3~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격월로 진행되는 ‘동부 영어 발표회’에서는 성취동기를 높이기 위해 일정 수준을 통과한 학생에게 인증서를 수여했다. 효과 만점이었다. 학생들은 행복교실의 뮤직&잉글리시 강좌, 자원봉사자 선생님과 함께하는 토요일 영어수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며 영어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타 학교에서 벤치마킹해 가기도 한단다.

인터뷰 중 초콜릿을 달라고 불쑥 찾아왔다 붙잡힌(?) 3학년 학생들. 인터뷰 중인 것을 알고 조금 뻘쭘해 하다 크게 "안녕히 계세요"를 외치고 사라졌다. 1시간 남짓 인터뷰 중 여러 아이들이 교장실에 얼굴을 내밀었다.

동부초는 ‘청소년 스스로 지킴이(Youth Patrol) 연구학교’ 및 교육복지우선지원학교다. 열악한 환경에 있기 때문에 선정된 면도 있지만, 그 만큼 많은 지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운동장에 잔디를 깔아줄 수는 없지만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을 학교에서 오랜 시간 돌봐주고 있다. 박 교장은 “우리학교는 맞벌이 하는 부모들, 사설 학원을 보내기 어려운 형편의 부모들에게 안성맞춤인 학교”라며 “오후 5시에 귀가하는 학교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박 교장은 “최근 동문회도 결성돼 학교가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것 같다”며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면밀히 검토해 인천 최고의 영어교육이 이뤄지는 초등학교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은실 교장은 경인교대를 졸업해 1974년 포천 궁평초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영어 공부는 영국 교사연수에서 자극을 받아 40세가 넘어 시작했다. 인천교육청 장학사 시절에는 외국어수련원의 유일한 내국인 강사로 활동했다.

김남주 기자 david9303@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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