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 韓美경제의 미래 성장동력”
[인터뷰] 바이오EXPO 전도사, 美 메릴랜드 韓통상부 이근선 대표
미국 메릴랜드주 한국무역통상부 이근선(60) 대표는 “아침마다 하루도 설레지 않는 날이 없다”고 했다. 그는 “누구든 설레는 맘으로 만나면 일도 신나고 결과도 좋다”고 했다.
32년 전 미국으로 건너가 유통업과 전자사업에 이어 최근엔 바이오산업 발전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이 대표는 “남들 은퇴할 나이에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라고 했다.
최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박람회 ‘바이오코리아 2012’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를 20일 아침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한국의료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됐다.
“우선 치료가 신속하고, 보험이 광범위하게 돼 있어 값싸게 치료를 받을 수 있지요. 최근엔 의료기술도 상당 수준으로 올라 있구요. 무엇보다 우수한 인적 인프라가 앞으로 더욱 발전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봅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미국 의료보험개혁이 완성되면 현재 한국의 5~10배에 이르는 미국 의료수가도 많이 개선될 것”이라며 “3억 인구 중 5천만~6천만명이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은 미국의 어두운 그림자”라고 했다.
3년째 메릴랜드주 한국무역통상부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매년 서너 차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바이오엑스포 개최, 대학 및 제약회사, 의료연구소 교류 등에 필요한 지원을 도맡아 하고 있다.
“2010년 통상부 대표를 맡았는데, 메릴랜드는 참 매력적인 곳이지요.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 및 바이오연구를 자랑하는 메릴랜드대학과 존스홉킨스대 의대 등 750개 이상의 연구기관ㆍ기업이 있습니다. 국립보건원(NHI), 식품의약국(FDA) 등 19개 연방기관 본부가 모여 있구요. 세계 바이오 시장의 51%를 차지하는 미국 내에서도 바이오ㆍ의료 메카로 꼽힙니다.”
메릴랜드주는 2008년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바이오 2020 정책’을 발표하며 해외 파트너로 한국을 선정했다. 한국출신 생명과학자 2000여명이 이곳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세계 바이오과학 연구의 메카인 셈이다.
그는 “한국은 세계 바이오시장 점유율이 0.2%에 불과하지만, 미국 입장에선 동남아로 진출하기 위한 중요한 전진기지”라며 “미국 바이오업체는 인적자원이 풍부하고 비용이 저렴한 한국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어 두 나라간 윈윈전략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인프라가 바탕이 돼 지난해부터 ‘한국-메릴랜드-미국 바이오엑스포’를 열고 있다”며 “오는 10월 9~12일 제2회 엑스포가 메릴랜드에서 개최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바이오엑스포에선 신약개발 분야의 잭슨 스나이더, 수술용로봇의 호워드 캐츠, 줄기세포의 커트 시빈, 해양바이오의 러셀 힐, FDA 규정 분야의 수전 센세바, 한방바이오 브라이언 버만, 특허 및 인허가 김주미, 바이오시밀러의 프란시스 팔럼보 교수 등 분야별 세계최고 전문가들이 주제발표를 한다”고 했다. 지난해 엑스포에선 두 나라 각각 80여 정부기관ㆍ기업ㆍ대학ㆍ연구소 등이 참여해 20여 건의 교류협력이 체결됐다고 한다.
1980년 부인과 아들 등 세 식구가 ‘달랑’ 300달러를 들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그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공급ㆍ관리, 광고미디어 사업 등 4개 계열사를 거느린 JG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가 맡고 있는 메릴랜드주 한국무역통상부 대표는 직급으로는 차관급에 해당한다. 한국출신 차관급 인사는 20명. 재미동포가 250만명에 이르는 점에 비추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재외동포 참정권에 대해 물었다. “거의 관심이 없어요. 물리적으로도 투표할 환경이 안 되고, 한국정치에 대해서도 관심도 떨어지구요. 이민자들은 현지정치나 조국의 현실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양쪽으로부터 그에 합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6.25 전쟁 중 출생한 그는 “우리 세대는 기적 같은 삶을 살았다”며 “대한민국의 역동성은 한마디로 어떤 모순도 극복해낼 수 있는 힘이라고 본다”고 말한다.
-어제(19일) 안철수 대표가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대한민국 정치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부수립 이후 대한민국 국민들은 항상 옳은 선택을 했다고 본다. 집권과 하야 이승만 대통령의 제1공화국에서 최근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 시대정신에 맞는 선택을 해왔다. 국민들의 선택이 지도자들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들이 이에 부응하지 못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제 석달 후면 차기대통령이 선출된다. 새 정부의 과제랄까, 새 정부는 무엇을 해야할지 외국에서 오래 있었으니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국민들이 이번에도 시대상황과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맞춤형대통령’을 뽑을 거라고 본다.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리더십을 갖춘 분, 공약이나 말이 아니라 현실을 투시하고 실행력을 갖추어 대한민국이란 거대조직을 제대로 이끌 그런 분을 국민들은 선택할 것으로 본다. 국민을 두려워하는 지도자는 퇴임 후에도 두렵지 않을 것이고, 반대의 경우는 또 다른 평가를 받겠지만.”
-새정부 과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가령 중소기업문제를 보자. 현재 중소기업은 200여개의 특혜를 준다. 이들이 성장해 중견기업이 되면 특혜는 40개로 줄어든다. 그러니 특혜를 받으려고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등 온갖 불법 편법을 쓰는 중소기업들이 생겨난다. 특혜는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죽이는 결과만 낳고 만다. 이제는 강한 장사꾼, 강한 중소기업꾼을 키우는 게 진짜 필요하다.”
이 대표는 “대기업 역시 분식회계나 문어발식으로 이 업종, 저 업종 다 독식하려는 기업은 정리돼야 한다. 경제가 살아나고 불균형이 시정되면 북한개방과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같은 정책은 재벌이나 대기업 연구소 대신 국책연구소가 주축이 돼 연구, 실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권위 있는 전문가 집단, 바로 싱크탱크야말로 정부를 지속적으로 이끌어갈 원동력”이라고 했다.
미국이민 32년차 이근선 대표. 그는 “60이 넘어서도 일을 할 수 있는 것, 특히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바로 이른 아침 태양이 떠오를 때 느끼는 환희 같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