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1시간? 불 끄고 아내와… ”
<인터뷰> WWF 어스아워 앤디 리들리 사무총장, “아시아가 지구촌 환경경영 이끌 것”
‘계몽’ 대신 ‘즐김’으로, ‘비판’대신 ‘공감’으로!…내년 한국선 싸이, 슈퍼주니어 활약 기대
“지구촌 수억 명과 함께 1시간동안 불을 끈 사이에 뭘 했냐고요? 아내와 은밀한 시간을 보냈겠죠? (웃음) 농담입니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이 만든 지구촌 환경보호 캠페인 어스아워(Earth Hour) 국제본부를 직접 설립한 앤디 리들리(Andy Ridley)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서울 명륜동 아시아엔(The AsiaN)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한국에서 어스아워의 성과는 지구촌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놀라웠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리들리 총장은 한국의 어스아워 캠페인의 성공적 진행과 결과에 감사하며 캠페인을 지속 지원 해준 정부기관과 기업, 지속가능성 전문가들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하고자 지난 9일 방한했다. 인터뷰 당일에도 서울시장을 만난 직후 아시아 기자들과 기자간담회를 가졌고, 끝내기 무섭게 성남시장을 만나러 서둘렀다. 다음날은 창원시장을 만나러 간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1년에 한 번 전기 사용이 가장 많은 시간대에 꼭 1시간동안 한꺼번에 불을 끄자는 캠페인을 시작할 생각을 언제, 어떻게 하셨습니까.
▲ 호주에 살면서 해양생태계 보존운동에 참여했어요. 그러던 중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변화를 걱정하는 차원의 반응으로 처음 시작했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기후변화나 환경파괴에 관심을 갖지만 마땅히 실천할 것을 찾지 못하죠. 그래서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이 필요했어요. 단순해야 했고, 쉽지만 공감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게 바로 ‘지구를 위한 1시간(Earth Hour)’이었습니다.
– 캠페인은 캠페인이고, 직접 세상을 바꾸기 전에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 가는 것 아닌가요. 뭔가 구체적인 하나의 행동 준칙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 아주 좋은 지적입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다만,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의 프로젝트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참여를 이끌어 내려면, 단계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먼저 우리가 왜 어스 아워를 하려고 하는지 그 정신(spirit)을 주변에, 바로 옆 사람에게 전파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작은 실천으로 조금씩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공유하는 것이지요. 정부나 기업에 비판하고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안 된다. 반대한다”는 부정적인 메시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신 즐기는, 긍정의 에너지를 공유하는 게 필요하죠.
– 단계적 접근이라고요.
▲어스아워 프로젝트는 총 3단계에 걸쳐 전개될 것입니다. 당장은 그저 캠페인에 불과해 보여도 나중에는 세상을 바꾸는 것임을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1단계는 상징적인 프로젝트입니다. 1년에 한 번 특정 시간대에 딱 1시간동안 모든 전원 스위치를 내리는 프로그램에 동참하자는 수준입니다. 누구나 쉽게 동참을 유도하는 상징적인 이벤트죠. 지금은 1단계를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1단계 성과가 일정한 수준에 오르면 곧 2단계에 접어들 것입니다. 2단계에서는 본격적인 액션을 제안할 것입니다.
구체적인 환경보호 활동이 제안될 것입니다. 3단계는 이 프로젝트의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과의 적극적인 간여(engagement)의 단계입니다. 다양한 계층, 단체와 연계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궁극적인 국제적 이슈를 풀어가는 행동에 돌입할 것입니다. 1단계부터 참여한 지구촌 사람들이 끝까지 힘을 발휘할 것으로 믿습니다. 특정 이슈를 갖는 학교와 기관, 기업, 기관, 미디어들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것입니다.
– 올해나 지난해 한국에서는 어스아워 캠페인이 반짝 언론보도 정도였던 것 같아요. 내년에는 한국에서 뭐 좀 더 신나게 눈길을 모을 방법이 있을까요.
▲ 어스아워 한국팀은 이미 올해에도 모범을 보여줬습니다. 200만 가구에서, 7만4502개의 공공건물과 285개의 지역대표 건물 등이 공식적으로 참여했고, 10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했어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여줬던 것이지요.
2013년에도 기대가 큽니다. 어스아워 한국팀에서 싸이나 수퍼주니어 등을 우리 프로젝트에 합류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믿습니다. 한국이 앞장서면 아시아권 전체가 주목할 것이고, 그것은 아시아와 지구촌 전체의 성과를 크게 높일 것입니다.
– 전 세계 수 억 명의 사람들이 불을 끈 한 시간 동안 정작 본인은 뭘 하셨어요.
▲전 세계 152개 나라 수십 억 명의 지구인들처럼 저도 작년 ‘지구를 위한 1시간(Earth Hour)’이었던 3월27일 저녁 8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사무실 불을 모두 껐죠. 그 시각에 뭘 했냐구요? 집 사람과 달콤한 시간을…. 하하하. 농담입니다. 작년엔 마닐라에 있었는데, 아이들과 길거리에 나와서 춤을 추고 놀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스아워 본부는 3주 전인 8월 초순 호주 시드니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했다. 리들리 충장은 “지구촌 전체를 통틀어 아시아 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가장 충만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전 사유를 밝혔다.
본부 이전 이후 한국이 첫 방문지였다. 한국이 가장 놀라운 변화를 보여줬기 때문이란다.
리들리 총장과 어스아워 벤자민 보조(Benjamin Vozzo) 디지털 소통 매니저는 이번 방한 일정 때 코카콜라와 맥도날드 등 다국적 기업 한국법인, 삼성화재와 NHN 등 한국 대기업, 환경부와 서울시청, 성남시청, 창원시청 등 환경경영에 앞장서고 있는 기업과 정부를 방문해 서로 격려하고 앞날의 협력을 다짐했다.
리들리 총장은 생태주의 환경단체나 비판학계 인사들과는 달리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정부나 기업을 비난하는 언행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자가 “한국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석탄가격이 하락, 석탄화력 발전소나 원전 개발, 세일가스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도대체 뭐가 한국이 잘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묻자 그는 “환경과 경제는 함께 가야 한다. 환경비용은 쉽게 말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 지역별로 정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치인들은 환경과 경제는 같이 가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먼저 시민들에게 ‘에너지 혁신으로 돈이 절약된다’는 믿음을 주고 그 다음 단계로는 ‘장기적으로 돈을 버는 길’이라는 신념을 공유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중국 정부의 미적지근한 ‘신재생에너지 부양 정책’에 대해 중국 기자와 한국 기자들이 잇따라 질문했지만, 브래들리 사무총장의 대답은 여전히 신중했다.
한 기자가 “한국 정부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 전기요금을 올리려고 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는 여전히 낮게 유지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화가 날 것 같다”고 질문하자 “40개의 도시들이 정전 위험이 있는 도시들이다. 전기사용을 억제하는 방법은 다양한, 무엇보다 실질적인 과제다. 그래서 특정 지역의 정책에 대해 말하는 게 조심스럽다. 에너지를 넘어 정치적 외교적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대충 얼버무리는 법은 없었다.
41살 리들리 사무총장의 얼굴에서 연륜이 듬뿍 배어나오지만, 웃을 땐 해맑은 어린애의 미소가 얼굴 한 가득 번진다. 그에게 매년 지구촌 사람들을 다독여 ‘지구를 위한 1시간(Earth Hour)’을 준비하는 일은 더 없이 숭고하고 가슴 뛰는 일이다. ‘긍정의 에너지’를 강조하는 그의 방식대로라면 그의 미소는 점점 더 밝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