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정세 브리핑] 개혁세대 퇴장과 중국의 다음 선택…대만 압박·기술자립·왕이 방한

대륙전략연구소(KIASS)의 8월 19일 ‘일일 중국 브리프’를 바탕으로 최근 48시간 이내 주요 보도와 기관 자료를 다시 확인해 정리했다. 주룽지 전 총리의 장례는 중국 개혁개방 시대의 한 장이 역사 속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중국은 대만 주변 군사활동과 정보·기술 경쟁을 이어가면서 반도체·디지털위안·에너지 등 전략 분야의 자립을 빠르게 밀어붙이고 있다. 부동산과 내수는 여전히 약한 반면 첨단산업에는 자본이 몰리는 양극화도 선명하다. 이런 가운데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오늘부터 이틀간 한국을 방문한다. 중국의 내부 노선 변화와 대외 전략이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편집자>
군사·안보
중국, 미·나토 위성통신 기술 주시…우크라이나전 교훈 반영
미국기업연구소(AEI)와 전쟁연구소(ISW)는 중국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첨단 위성통신 기술과 관련 정보를 확보해 인민해방군의 작전 능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타링크와 같은 저궤도 위성통신망이 지휘통제와 무인체계 운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 점을 중국이 면밀히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AEI는 중국의 관련 정보수집 활동이 서방의 군사기술 취약점을 파악하고 자국 지휘통제·우주통신 능력을 강화하려는 목적과 연결돼 있다고 봤다. 위성통신과 인공지능, 무인체계가 미래전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으면서 미중 기술경쟁도 민간 첨단기술을 넘어 군사 인프라 영역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출처: AEI·ISW
대만 주변 중국 군용기·함정 활동 지속…상시 압박 이어져
대만 국방부는 18일 오전 6시까지 24시간 동안 대만 주변에서 중국 군용기 5대와 해군 함정 8척, 공무선 7척을 탐지했다고 밝혔다. 군용기 가운데 3대는 대만 북부와 동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 대만군은 초계 항공기와 함정, 해안 미사일체계를 동원해 대응했다고 밝혔다. 최근 한광훈련이 끝난 뒤에도 중국군의 대만 주변 활동은 거의 매일 이어지고 있어, 대규모 훈련과 별개로 일상적인 군사 압박을 유지하는 중국의 전략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 대만 국방부
정치·외교
주룽지 전 총리 화장…중국 개혁개방 한 시대 역사 속으로
중국은 18일 베이징 바바오산에서 주룽지 전 총리의 유해를 화장하고 톈안먼 광장의 국기를 조기로 게양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참석해 묵념하고 세 차례 고개를 숙여 조의를 표했다. 주룽지는 1998~2003년 총리를 지내며 국유기업 구조조정과 금융·세제 개혁을 밀어붙였고 중국의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이끈 대표적인 개혁파 경제관료였다. 그의 별세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와 맞물리면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중국을 이끌었던 개혁개방 세대의 퇴장을 더욱 뚜렷하게 했다. 다만 당시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던 만큼 중국 안에서도 그의 유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출처: Reuters·신화통신
대만 지방선거 앞두고 중국 개입 우려…정보전 시험대 되나
AEI는 중국이 올해 대만 지방선거를 2028년 총통·입법위원 선거를 앞둔 정보전의 시험장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도 최근 중국이 허위정보와 왜곡된 여론조사 등을 이용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대만 압박이 군용기와 함정을 이용한 물리적 압박뿐 아니라 여론과 선거, 온라인 공간을 겨냥한 영향력 공작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의 구체적인 개입 여부와 효과에 대해서는 개별 사례별 검증이 필요하다. 출처: AEI
과학기술·국방과학
창신메모리 주가 급등…AI·국산화 기대에 중국 반도체 투자 열기
중국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시가총액이 상장 16거래일 만에 4조1000억위안을 넘어섰다. 차이신은 국산 반도체 대체 수요와 AI 컴퓨팅 확대,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 전망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규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 자본시장이 국산 메모리 업체의 성장 가능성에 강하게 베팅하는 모습이다. 다만 투자 열기가 실제 기술격차 축소와 안정적인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출처: 차이신
중국, 빅테크 개인정보 감독 강화…외부 감시위원회 설치 추진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대규모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기업에 독립적인 감독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 초안을 내놓았다. 대상 기업은 외부 전문가가 중심이 된 위원회를 두고 개인정보 수집과 처리 과정을 감독해야 한다. 100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대형 사업자가 주요 대상이다. 2021년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이후 중국이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하는 조치다. AI 산업 육성과 데이터 활용을 확대하면서도 방대한 개인정보에 대한 국가적 감독은 더욱 촘촘하게 만드는 중국식 디지털 거버넌스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출처: 차이신
경제·통상
중국 2선 도시 집값 다시 하락…부동산 회복 여전히 불안
중국의 7월 신규주택 가격은 2선 도시를 중심으로 다시 약세를 보였다. 6월 잠시 안정됐던 2선 도시 주택가격이 다시 하락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지역별로 고르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 부동산 침체는 가계 자산과 소비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국 정부가 내수 회복을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부담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첨단 제조업과 신에너지 산업은 성장하고 있지만 부동산과 소비 부진이 이를 상쇄하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출처: 차이신·중국 국가통계국
디지털위안 운영기관 30곳으로 확대…금융 인프라 확장
중국 인민은행은 디지털위안 운영기관에 8개 은행을 새로 추가해 전체 운영기관을 30곳으로 늘렸다. 핑안은행과 헝펑은행, 보하이은행을 비롯해 상하이은행·항저우은행 등 지방은행들이 포함됐다. 디지털위안 시범사업은 현재 17개 성급 행정구역의 26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디지털위안을 교통과 소매결제뿐 아니라 녹색채권 등 금융시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결제수단 시험을 넘어 중국이 독자적인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장기 전략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출처: 차이신·인민은행
중국, 2030년까지 석유·가스 국내생산·비축 확대
중국은 2030년까지 국내 석유·가스 공급을 연간 4억4000만t(석유환산 기준)까지 늘리고 송유·가스관 총연장을 22만㎞로 확대하는 계획을 내놨다. 천연가스 저장능력과 액화천연가스 수입시설도 확충한다. 중동을 비롯한 주요 산유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해외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경로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이다. 동시에 2030년을 전후한 석유 소비 정점에 대비해 저탄소 연료와 탄소포집 기술도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의 에너지정책이 공급안보와 저탄소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출처: 차이신·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한중관계
왕이 중국 외교부장 오늘 방한…한중 고위급 교류 재가동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19일부터 이틀 동안 한국을 방문한다. 왕이의 한국 공식 방문은 5년 만이다. 첫날 조현 외교부 장관과 회담과 만찬을 하고, 20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을 예방한 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도 회담한다. 양측은 한중관계와 한반도 정세, 지역·국제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중 정상급 교류를 준비하는 성격도 크다. 미중 경쟁과 북중관계, 한미동맹이 동시에 움직이는 상황에서 이번 왕이 방한이 한중관계 복원의 구체적 신호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출처: 한국 외교부·Reuters
오늘의 흐름을 종합하면 중국에서는 세 가지 방향이 동시에 나타난다.
첫째는 개혁개방 시대와 현재 시진핑 체제의 대비다. 주룽지 전 총리의 별세와 장쩌민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는 중국이 고속성장과 시장개혁에 무게를 뒀던 한 시대를 되돌아보게 했다. 시진핑 지도부 역시 두 사람의 역사적 공헌을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현재 중국의 경제운영은 첨단산업과 전략적 자립, 국가의 조정능력을 훨씬 강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이를 단순히 ‘개혁개방의 종언’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중국 경제정책에서 국가와 시장 사이의 무게중심이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안보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 주변의 군사활동은 지속되고 있고, 여기에 위성통신과 AI, 사이버·정보전, 선거 영향력 공작까지 새로운 경쟁 공간으로 들어왔다. 중국과 서방의 충돌은 함정과 전투기의 숫자뿐 아니라 누가 정보를 장악하고 통신망을 유지하며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셋째는 중국 경제 내부의 엇갈린 흐름이다. 부동산과 내수의 부진은 계속되지만 반도체와 AI, 디지털 금융, 에너지 안보 분야에는 국가 정책과 자본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경제 전체가 함께 회복하는 모습이라기보다 전통 성장산업과 전략산업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는 양상에 가깝다.
여기에 오늘 시작되는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은 한국 입장에서 특히 중요하다. 중국 내부의 정책 변화와 미중 전략경쟁을 먼 나라의 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왕이 방한에 이어 9월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 10월 중국공산당 20기 5중전회, 11월 선전 APEC 정상회의까지 이어지는 외교·정치 일정은 올가을 동북아 정세를 가를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