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바울은 복음 사이에 다른 것을 끼워 팔지 않았습니다”
https://youtu.be/k8vMxzWBYgA?si=Wqzn9iHLqo63bNO1
고린도후서 10장
“바울의 편지는 무게가 있고, 힘이 있지만, 직접 대할 때에는, 그는 약하고, 말주변도 변변치 못하다 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고후 10:10, 새번역)
당시 헬라 지역 곳곳에서 소피스트들의 연설을 듣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바울에게 기대했던 것은 소피스트들을 능가하는 언변과 논리였던 것 같습니다. 자신들에게 짜릿한 감동을 선사해 줄 수 있는 명강연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막상 대면하여 그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감동이 없는 것입니다.
사도행전 17장에는 바울이 아테네의 아레오바고에서 설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바울에게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설교를 듣고 난 후의 반응이 뜨겁지는 않았습니다. 여러 소피스트들에게 익숙했던 귀를 자극하기에는 바울이 전한 메시지가 자극적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또한 드로아의 한 가정에서 말씀을 나눌 때, 유두고라는 청년이 바울의 설교 중에 졸다가 추락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만약 바울이 탁월한 달변가였다면 피곤에 지쳐 있는 사람의 귀도 쫑긋하게 했을 텐데, 바울이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바울의 뛰어난 글솜씨 때문에 복음이 전해진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변변찮은 말주변 때문에 복음이 복음이 아니게 된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바울이 전한 복음이 힘이 있었던 이유는 그가 전한 것이 단지 복음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것 말고 복음만 전했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복음 사이에 다른 것을 끼워 팔지 않았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데 있어 가장 끼워 팔기 쉬운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나’입니다. 처음에는 내가 믿는 하나님을 얘기하다가 나중에는 하나님을 믿는 나에 대해 얘기합니다. 자기 자랑을 하나님 주신 은혜라고 포장하고, 기도 부탁을 내세워 자기 필요를 채웁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간증을 잘 가려 들어야 하는 이유이고, 자기 얘기를 조심해서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만약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써서 복음이 복음이 된다면,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시며 왜 한마디 말도 하지 않으셨을까요? 왜 공부 많이 한 서기관들을 제자 삼지 않으셨을까요?
우리가 복음에 자꾸 무언가를 더하려고 하는 것은 복음 그 자체의 능력을 믿지 못해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