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이제야 가을입니다’ 임영숙
상큼하게 높아진 파아란 하늘 뭉게구름
길가에 어우러진 풀잎 위에 허락도 없이
새벽 몰래, 작은 방울방울 내려앉은 이슬
이제야 가을인 듯합니다.
동이 틀 무렵, 겨우 눈을 붙이고
끝이 보일 것 같지 않던 그 무더위
소식도 없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창문을 여닫는 차가운 바람이
가을을 느끼게 합니다
다시는 가을이 올 것 같지 않았는데
귓가에 들려오는 귀뚜라미 울음소리
하늘에는 잠자리 떼가 곁에 다가와
이 가을의 풍성함을 몸으로 스며들게 합니다.
노오랗게 익어가는 감나무 밑에서
그리운 사람들과 삼삼오오 모여 앉아
열무김치, 파김치, 된장찌개
행복의 비빔밥을 먹으며 가을을 즐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