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아들에게’ 감태준
떠날 때가 왔다.
이 집에서 가장 먼 곳에
너의 집을 지어라.
새는 둥지를 떠날 때 빛나고
사람은 먼 길을 떠날 때 빛난다.
외투를 입어라.
바람이 차다.
길 곳곳이 얼음판이다.
겁 없이 미끄러지고
외투에 흙 남기지 마라.
외투란 먼지만 묻어도 누더기다.
앞이 어둡고 한기 들 땐
사람의 집을 찾아라.
마음이 불어가는 쪽에 있다.
마음이 불어가지 않으면
마음에 들어가 쉬어라.
길은 시련 속에 있다.
이제 도도히
갈 수 있는 데까지 멀리 가
너의 집을 지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