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 “확실한 노후 대비는 재테크 아닌 평생 현역”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

“집 한채 남겨야 한단 인식 깨고 노후 수입으로 주택연금 추천”

[아시아엔=나경태 <서울대총동창신문> 기자] “노후의 3대 불안으로 첫째 돈, 둘째 건강, 셋째 외로움이 꼽힙니다. 이를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은 소일거리라고 생각해요. 돈이 얼마 안 되든 취미나 봉사활동으로든 뭔가 일을 해야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정서적, 사회적 측면에서도 안정된 노후를 살 수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는 재테크가 아닌 평생 현역이다, 말씀드리고 싶어요.”

강창희 행복 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는 4월 24일 서울 마포구 SNU 장학빌딩 2층에서 열린 수요특강에서 이렇게 말했다.

강창희 대표는 1973년 한국증권거래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50년 동안 증권업계에 종사한 자산관리 전문가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현대투자신탁운용 및 굿모닝투자신탁운용의 대표를 역임했고, 2004년 미래에셋금융그룹 부회장 겸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을 맡으면서 은퇴 교육 전문가로 변신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일본통’으로 유명한 그는 이날 특강에서도 우리보다 30년 먼저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의 예를 끌어와 미래 한국에 대한 전망과 바람직한 노후 대비에 관한 혜안을 들려줬다.

“일생에서 가장 부자일 때가 50대라고 합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가구의 총자산은 평균 6억여 원이라고 해요. 부채 차입금 1억여 원을 빼면 5억이 좀 안 되는데 그중 집값이 4억이 넘습니다. 현금성 자산은 7000만원 정도 될 뿐이죠. 주식 투자 같은 것으로 몇 배 불리지 않는 한 그 돈으론 은퇴 후 30년 살기 힘듭니다. 남은 건 집 한 채뿐이지만, 팔 수밖에 없는 이유죠.”

급격한 경제성장기를 지나는 동안 국내 부동산 가격은 몇 번의 부침은 있었지만, 줄곧 우상향해왔다. 빚을 내서 집을 사고, 소득이 늘어 여유가 되면 다시 빚을 내 더 비싼 집을 사거나 투자용으로 또 다른 부동산을 샀다. 은퇴할 즈음 빚을 다 갚아 온전히 내 집이 되면, 보유 기간 동안 가격이 오른 부동산을 처분해 차익으로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게 공식처럼 인식돼왔다. 강 대표는 이러한 은퇴공식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도쿄 근교에 국내로 치면 분당, 일산 같은 신도시가 1980년대까지만 해도 휘황찬란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가보면 불 꺼진 아파트가 많아요. 인구는 줄어드는데 구도심의 젊은이들이 신도시로 이사 가고, 구도심엔 노인만 남았다가 돌아가시면 비는 거죠. 작년 말 기준으로 일본에 빈집이 1000만채 됩니다. 요즘 국내에서도 지방 도시 외곽에 신도시가 조성되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농가뿐 아니라 대도시에도 빈집이 많이 생길 겁니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게 주의해야 해요.”

강 대표는 또 일본에서 집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듯 우리나라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일본은 전통적 농경문화의 영향으로 집에 대한 집착이 매우 강하다. 집은 곧 신분의 상징으로서 자기 과시의 수단이기도 했다. 그러나 소득은 그대로인데 집값은 몇 배 뛰었고, 인구가 줄어든 만큼 수요도 감소했다. 수십 년째 집값이 떨어진 채 횡보하면서, 일본에선 집은 빌려 쓰고 남은 주거자금으로 다른 데 투자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강 대표는 플라자 합의 때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풀어 부동산 거품을 키운 일본에, 코로나19 팬데믹 때 우리 정부의 대응을 견주면서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인식이 바뀔 수 있다고 짚었다.

노후 수입원의 비중이 크게 달라진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1980년 우리나라에서 노후 수입의 72%에 달했던 자녀의 도움이 2023년 12%로 급감했습니다. 그에 비해 공적·사적 연금의 비중은 0.8%에서 29%로 급증했고요. 미국과 독일은 노후 수입원 중 연금이 각각 60~70%, 80~90%에 달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월 100만원 이상 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고령층이 10%에 불과해요. 고령층 74%는 월 60만원도 못 받고요.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3중 연금’과 함께 주택연금을 추천합니다. 자식한테 집 한 채는 물려줘야 한다는 인식 또한 깨져야 해요.”

<오십부터는 노후 걱정 없이 살아야 한다> 저자인 강 대표는 경제적으로 넉넉해도 퇴직하고 할 일이 없으면 무척 괴롭다고 말했다. 놀고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30년 넘게 그렇게는 못 산다고. 40여 년 전 일본에선 이미 취미 겸 봉사 겸해서 용돈벌이 하는 고령층이 많았다고 하면서 국내에서도 현직에 있을 때 수입의 30~40%만 받고 소일거리 하는 고령층이 많아졌다고 강조했다.

“달라이 라마는 일찍이 남에게 필요한 존재란 느낌, 사회와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부유한 나라에서 더 고통과 증오가 심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일은 생계 수단인 동시에 사회적·정서적 안정감을 이루는 데도 큰 역할을 해요. 출근하려면 움직여야 하니 집안에만 있는 것보다 당연히 운동도 되고요. 처우가 한창 때 못 미친다고, 남들 보기에 폼나지 않는다고 마다해선 곤란합니다. 왕년에 잘나갔던 사람일수록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내 생각이 옳다고 믿는 소신이 필요하죠. 부부가 체면 따지지 않고 허드렛일이라도 하겠다는 마음가짐이면 즐겁고 보람 있는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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