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절간 이야기’ 조오현
어제 그끄저께 일입니다. 뭐 학체 선풍도골은 아니었지만 제법 곱게 늙은 어떤 초로의 신사 한 사람이 낙산사 의상대 그 깎아지른 절벽 그 백척간두의 맨 끄트머리 바위에 걸터앉아 천연덕스럽게 진종일 동해의 파도와 물빛을 바라보고 있기에
“노인장은 어디서 왔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아침나절에 갈매기 두 마리가 저 수평선 너머로 가물가물 날아가는 것을 분명히 보았는데 여태 돌아오지 않는군요.”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도 초로의 그 신사는 역시 그 자리에서 그 자세로 앉아있기에
“아직도 갈매기 두 마리가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했더니 “어제는 바다가 울었는데 오늘은 바다가 울지 않는군요.” 하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