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절간 이야기’ 조오현

2014년 8월 경동교회에서 ‘시와 영화의 만남’ 토크를 끝내고 서울 인사동 두레 한정식에서. 오른쪽부터 리사 위터 당시 아시아엔 기자, 모흐센 마흐말바프 이란 영화감독, 조오현 스님, 아시라프 달리 아시아기자협회 회장, 이상기 아시아엔 발행인.

어제 그끄저께 일입니다. 뭐 학체 선풍도골은 아니었지만 제법 곱게 늙은 어떤 초로의 신사 한 사람이 낙산사 의상대 그 깎아지른 절벽 그 백척간두의 맨 끄트머리 바위에 걸터앉아 천연덕스럽게 진종일 동해의 파도와 물빛을 바라보고 있기에
“노인장은 어디서 왔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아침나절에 갈매기 두 마리가 저 수평선 너머로 가물가물 날아가는 것을 분명히 보았는데 여태 돌아오지 않는군요.”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도 초로의 그 신사는 역시 그 자리에서 그 자세로 앉아있기에
“아직도 갈매기 두 마리가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했더니 “어제는 바다가 울었는데 오늘은 바다가 울지 않는군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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