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사사기 1장
유다 지파의 갈렙은 헤브론 지역을 점령하였습니다. 그리고 헤브론 남쪽 지역으로 영토를 확장해 갑니다. 그런데 헤브론과 그 이남 지역은 정복에 욕심을 낼 만큼 매력적인 땅이 아니었습니다. 아브라함과 롯이 갈라질 때, 땅에 대한 우선권을 쥔 롯은 헤브론 반대쪽을 향했습니다. 선택권이 있다면 선택하고 싶지 않은 땅이 헤브론이었습니다. 갈렙은 그런 땅을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하며 개척했던 것입니다.
심지어 갈렙은 자기 딸을 걸고 황무지 개척의 의지를 드러냅니다. 결국 옷니엘이라는 장수가 기럇 세벨을 점령하고는 갈렙의 딸, 악사를 얻습니다. 이제 갈렙은 남부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사위를 따라 딸을 떠나보냅니다. 가장 척박한 땅으로 시집을 보내는 것입니다.
“이르되 내게 복을 주소서 아버지께서 나를 남방으로 보내시니 샘물도 내게 주소서 하매 갈렙이 윗샘과 아랫샘을 그에게 주었더라”(삿 1:15)
딸이 샘물을 요구했을 때 아버지 갈렙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내심 아까워서 주기 싫었는데 마지 못해 샘물을 주었겠습니까? 윗샘과 아랫샘뿐만 아니라 더 줄 것은 없는지 생각했을 것입니다.
주고 또 주고, 더 주고, 다 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다 주고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녀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 부모에게는 존재의 의미입니다. ‘필요 없어’라는 거절에서 부모는 서운함을 느끼고 ‘주세요’라는 요청에 기쁨을 느낍니다. 다 커버려서 더 이상 부모의 지원이 필요 없는 자식에게는 호주머니 속의 사탕이라도 꺼내 손에 쥐어 주는 것이 부모입니다.
이것이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하나님께 ‘주세요’라고 기도한다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좋은 것을 주시고자 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는 고백입니다. 나는 여전히 아버지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고백입니다.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마 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