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이별’…그리고,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눈빛은 음험하고 때때로 울분에 찬 날카로움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다.
불법 체류자로 이 땅 어디에서도 마음 편히 지낼 곳도 사라진 채 지내고 있었다…출국하며 돌아다보는 그의 표정은 어린 아이 같은 순전함과 평안함 그리고 이별의 아쉬움 속에 눈은 눈물을 머금은 채 맑고 얼굴은 환하게 빛났다.”(본문 가운데) 

[아시아엔=이주연 평창 예수공동체 목사] 그가 내 방에 처음 왔던 날, 그날은 주일이었다. 예배를 드리러 온 것이다. 아니 밥만 먹으러 온 것인지도 모른다.

작은 키에 몸에서 나는 악취로 마주 보고 이야기도 하기 어려웠다.

뒤엉킨 머리칼은 허리까지 내려오고 바지는 흘러내려 엉덩이에 걸쳐 있고 신발은 낡고 냄새가 날듯 지저분했다.

눈빛은 음험하고 때때로 울분에 찬 날카로움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다.

불법 체류자로 이 땅 어디에서도 마음 편히 지낼 곳도 사라진 채 지내고 있었다.

그는 2년 여, 평창 산마루 공동체에서 지내면서 곡절 깊은 울고 웃을 이야기를 지어갔다.

어느 때엔, 자립자활금으로 몽땅 술을 마시고 간이 망가져 행려병자 처지가 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시 공동체에 들어와 회개와 노동의 시간을 통해 치유와 회복의 은혜를 입기 시작했다.

그러자 멸시와 천대의 시간도 벗어내고 모든 이들이 “되겠느냐?”는 부정확증의 저주 같은 낙담도 녹여버리고 가족들과도 화해하고 관계가 회복되어 갔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마음을 모아 불법체류 문제도 해결하고 자립자활 저축금 외에 보너스를 보탰다.

그는 2023년 12월 20일 인천공항에서 가족들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길을 떠났다.

떠나던 전날, 그가 떠난다는 소식을 들은 교우들이 찾아가 선물과 돈봉투를 전하였다.

하지만 그는 선물은 감사히 받았으나 돈봉투는 극구 사양하였다.
더 이상은 노숙자가 아니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복되고 거룩한 성도로 길을 떠난 것이다.

출국하며 돌아다보는 그의 표정은 어린 아이 같은 순전함과 평안함 그리고 이별의 아쉬움 속에 눈은 눈물을 머금은 채 맑고 얼굴은 환하게 빛났다.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그를 사랑한 성도들이 고맙기만 하다.
주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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