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유 위한 숭고한 죽음에 정성 다하는 국가에 ‘감사’
[아시아엔=박해원 예비역 육군중령, 전 국방부 대변인실] “사람은 한번 죽는다.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깃털보다 가볍다. 이는 죽음을 사용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人固有一死 重于泰山 或輕于鴻毛 用之所趨異也). 사마천이 <사기열전>에 기록한 말이다.
인간은 태어나 반드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각자가 지니고 있는 사생관에 따라 죽음의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대의명분을 위한 숭고한 죽음, 일신의 죄과를 모면하기 위한 비겁한 죽음 등이다.
필자의 둘째 형님은 6·25전쟁 당시 약관의 나이로 전쟁터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불법 남침한 북한과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던 1951년 6월 1일 국군1사단 11연대 5중대에 배속돼 입대한 지 한 달도 안된 6월 23일 적과 교전 중 전사했다.
현재 행정구역상 북한지역의 장풍군 하석주리에 시신을 가매장하고 아군은 퇴각해 휴전을 맞이했다. 휴전 후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신은 북한 공산치하인 ‘동토의 왕국’에 홀로 외롭게 묻혀있고 영혼은 구천을 쓸쓸히 헤매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다행히 육군본부의 훈장찾아주기 정책 덕분에 뒤늦은 화랑무공훈장 수여와 더불어 국립현충원에 위패를 모시게 됐다.
6·25전쟁은 수많은 죽음을 초래했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태산보다 무거운 숭고한 죽음이야말로 후세들이 기억해야 할 일이며 결코 잊혀져서는 안 된다.
지난해 2월 군사강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기습 침략했을 때 대다수의 군사전문가는 러시아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2년이 다 되도록 전쟁은 지속되고 있다.
이렇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요인은 서방의 군사지원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국민의 적과 싸워 나라를 지키겠다는 생존의지 때문이다. 즉, 국력의 구성요소에서 가장 중요한 우크라이나의 국민의지(national will)가 군사강국 침략자에게 일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역사에서 자생능력을 갖추지 못한 나라들은 늘 외세의 침략속에 참혹한 전쟁으로 수난을 겪고 사라졌다. 이러한 역사의 교훈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수난의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 된다.
늦게나마 나라 위해 고귀한 희생을 한 분들을 찾아내어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자세로 잊혀져 갈 뻔한 무용용사들에게 훈장수여와 위패를 국립현충원에 안장하게 한 국방부와 육군본부에 고마움을 전한다.
끝으로 70여년 구천을 헤매다가 조국의 품속으로 귀환한 둘째 형님(박달원)이 영혼이나마 영면하시길 기원한다. 달원 형님! 조국을 위해 산화한 수많은 영령과 함께 이제는 편히 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