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믿음은 어떻게 생길까?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한 것만 기적이 아닙니다. 요셉이 그 사실을 믿었다는 것 또한 굉장한 기적입니다. 정자의 도움 없이 수정과 착상이 일어났다는 것, 그리고 과학적 증거자료의 도움 없이 믿음이 요셉의 마음에 착상되었다는 것, 이 두 가지 기적이 동시에 일어났습니다.”(본문 가운데) 사진은 스페인 화가 무리요가 그린 ‘수태고지(1655)’.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예수를 잉태했음을 알리고 있다. <출처 위키미디어>


마태복음 1장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고 동거하기 전에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 나타났더니”(마 1:18)

동거도 하기 전에 약혼녀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느 남자가 그 사실을 초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관계를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꿈에 아무리 천사가 나타나서 설명한들, 개꿈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하면 그만일 텐데 요셉은 그 말이 믿어졌습니다.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았다는 마리아의 말도 믿어졌고, 현몽한 천사가 한 말도 믿어졌다는 것입니다.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한 것만 기적이 아닙니다. 요셉이 그 사실을 믿었다는 것 또한 굉장한 기적입니다. 정자의 도움 없이 수정과 착상이 일어났다는 것, 그리고 과학적 증거자료의 도움 없이 믿음이 요셉의 마음에 착상되었다는 것, 이 두 가지 기적이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마리아의 뱃속에는 생명을 주셨고, 요셉의 인생에는 믿음을 주신 것입니다. 요셉이 애써 믿은 것이 아닙니다. 믿어진 것입니다.

이와 같이 믿음은 나로부터 비롯되지 않습니다. 전적으로 내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것이고, 위에서 내려오는 것입니다. 내가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에게 믿음을 주시는 것입니다. 바로 이 부분이 신앙과 신념의 차이입니다. 내가 쌓아 올리는 것이 신념이라면 신앙은 하나님이 선물로 주시는 것입니다.

요셉의 신념은 무엇이었을까요?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라 그를 드러내지 아니하고 가만히 끊고자 하여”(마 1:19)

아무도 모르게 마리아와의 관계를 정리해야겠다고 먹은 마음, 이것이 요셉의 의지이자 신념이었습니다. 괜히 세상에 일을 알려서 좋을 게 없다고 믿는 것, 조용하게 처리하는 것이 마리아를 위한 마지막 남은 배려라고 생각하는 것, 이것이 요셉의 신념입니다.

그런데 이 신념이 꺾인 것입니다. 그리고는 신앙이 생겼습니다. 신앙은 신념이 꺾인 자리에서 피어나는 꽃과 같습니다. 내가 평생 쌓아온 신념이 다 무너졌을 때, 그 자리에 다시 건축되는 새 집과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신념이 꺾이는 경험 없이 신앙이 절대 시작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은 신앙을 선물로 주시기 전에 항상 내 신념이 꺾이는 계기를 주십니다. 그렇게 내가 굳게 붙들고 있는 신념을 놓고 나면, 신앙이 나를 붙들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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