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신앙생활에 찾아온 매너리즘
“신앙생활 잘 한다는 게 별게 있을까요? 은혜를 잘 기억하는 것입니다.”
“나는 저 광야에서, 그 메마른 땅에서, 너희를 먹이고 살렸다. 그들을 잘 먹였더니 먹는 대로 배가 불렀고, 배가 부를수록 마음이 교만해지더니, 마침내 나를 잊었다.”(호세아 13:5-6, 새번역)
살다보면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내용이 너무 방대하거나 복잡하고 어려운 경우에 기억하기가 어렵습니다. 책을 아무리 탐독해도 책 내용 전체가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오래 되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선명했던 기억 위에 시간과 세월이 먼지처럼 뿌옇게 내려 앉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왜 하나님의 구원을 잊었을까요? 구원 받은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일까요? 디테일한 장면을 기억하기는 어려워도 하나님이 나를 구원하셨다는 사실 자체는 복잡하고 난해하지 않습니다.
너무 오래 되어서 잊었을까요? 물론 출애굽은 오래 전 사건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매주 안식일을 지키고 매년 유월절을 지키며 출애굽을 회상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졌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구원의 은혜를 잊을 수 있을까요? 인간은 기억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본능적으로 잊어버립니다. 이스라엘에게는 구원받았다는 사실이 더 이상 소중하거나 가치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애굽에서 노예로 살 때는 구원이 그렇게 갈급할 수가 없었는데, 막상 받고 나니까 별게 아닌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구원받는 과정에서 본인들이 치른 대가가 아무것도 없다보니 싸구려 취급한 것입니다. 또한 하나님이 계속해서 베풀어주시니까 자신들이 받을 만하다고 여겼습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고,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것이 우리입니다. 결국엔 나밖에 몰라서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이기적이라서 기억하지 못하는 겁니다. 10,000달란트 빚을 탕감받고도 자신에게 100데나리온 빚진 사람이 용서가 안되는 게 우리의 수준입니다.
신앙생활 잘 한다는 게 별게 있을까요? 은혜를 잘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아무리 많이 희생하고 섬겨도, 받은 은혜를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이 어떻게 섬겼고 무엇을 희생했는지가 더 많이 기억난다면 그것은 신앙생활이 아닙니다. 은혜를 잊고 열심을 내면 낼수록 하나님과는 멀어질 뿐입니다.
신앙생활이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모든 것을 잠시 멈추고 십자가의 은혜를 가만히 묵상해보아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