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잼버리 국격 회복의 대역전 무대 서라”

2022년 10월 15일 방탄소년단(BTS) 부산 단독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

새만금 세계잼버리는 파면 팔수록 부실 투성이다. 일국의 장관 3명이 조직위의 공동위원장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다 모인 건 단 한차례였을 뿐이다. 잼버리대회 개막 한달 보름 전 6월 16일이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포함한 조직위 공동위원장 5명 등 20명이 참석했다.

온열 질환자를 위한 야전침대와 비상상황을 대비한 예산 35억원 증액이 안건이었다. 여가부측은 “꼭 필요하냐? 국비를 함부로 쓰려고 그러냐?”라고 반대했다. 회의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싸늘해졌다. “이렇게 깎으면 책임질 수 있느냐?”는 말에, “지금 싸우자는 거냐?”(김현숙 장관)라 맞받았다.

당시 회의 참석자는 ‘소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라 했다. 참사 발생 후 예비비 100억원 운운한 걸 보고 화가 났단다. 당시에는 ‘지원해줄 돈이 없다’는 반대에 부딪혔다.

마른 수건 짜듯한 것을 나무라기만 할 일도 아니다. 실무 담당측이 혈세를 방만하게 쓴 탓도 크기 때문이다. 잼버리 조직위 공동위원장 5명이 모두 참가한 회의는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태풍 시 대피 장소 300여 곳을 지정해뒀다.

모두가 인근 지역의 학교 체육관 등이었다. 4만여 대원이 대피소에서 어떻게 먹고, 자고, 씻을지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없었다. 태풍 ‘카눈’으로 대원들은 전국으로 흩어졌다. 못 먹어도 ‘고’라도 해 엎친 데 덮친 격의 사태라도 일어났다면… 참으로 전원철수 결정을 끌어낸 태풍에게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 주먹구구로 일관한 새만금조직위를 탓해본들 입만 아프다. 그러니, 태풍이 오는 건 천우신조요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156개국 3만6000여 스카우트 대원들은 서울을 비롯, 8개 시도 숙소로 무사히 옮겼다. 숙소는 지자체와 기업에서 마련한 대학 기숙사, 공무원·기업 연수원, 교육시설 등이다.

단 하루 만에 1000대가 넘는 버스 편으로 군단급 병력의 대이동이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안전하고 깨끗한 숙소에 짐을 풀었다. 남은 기간 이들은 박물관 탐방이나 사물놀이 공연 같이 각종 문화시설을 찾고 체험도 한다. 앞서 대원들은 야영장 내 쓰레기를 깨끗이 치워 새만금 잼버리의 오점을 말끔하게 지웠다. 안전을 위해 경찰은 순찰차 200대와 헬기도 동원했다. 기동대 20개 부대와 교통경찰 500여명도 투입됐다. 텅 빈 새만금에는 정적만 흐른다. 그곳에서 지역주민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잼버리가 개최되면 관광객이 몰려와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더니 망신살만 뻗치고 이게 뭡니까?” 부안읍에 사는 A는 “특수는커녕 지역 이미지만 나빠졌다”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한여름 땡볕이 내리쬐는 뻘밭에서, 무리한 행사를 준비도 않고 강행하다 참사를 불렀다. 지역 정치꾼들이 새만금 개발을 위해 조건이 좋은 무주를 제치고 억지로 밀어붙였다. 정부 중 약체인 여가부가 새만금 행사를 주관하다시피 했다.

그러다보니 3개 부처가 니미락 내미락만 했다. 새만금 개막 전, 그곳에 가본 장관은 단 한명도 없었다. 새만금 조직위의 준비 소홀과 부족도 주요인 중 하나다. 그들이 책임을 지고 들어야 할 비난이었다. 그런데 새만금 인근 주민까지 도매금으로 고개를 숙이게 된 현실이 참 딱하기도 하다.

새만금 유치 후 문재인 정부와 전북도는 경제효과 7조원 운운하며 장밋빛 전망을 했다. 전 세계 청소년들이 한국을 찾아 한국 문화를 알리고 국격을 높이는 기회라고도 했다. 새만금 잼버리 참사로 오히려 국격만 실추했다. 전북 지역도 이미지만 나빠졌다. 총체적 부실로 새만금 잼버리 참사를 초래했다.

백서라도 쓰듯 준엄하게 ‘총체적 책임’을 물어라. 그늘조차 없고 물이 고인 웅덩이가 산재한 땡볕 간척지에 자식같은 아이들을 내몰았다. 새만금 참사를 두고 정치권은 진흙탕 공방만 한다. 내탓은 없고, 남탓만 있다. 새만금 참사의 주요인 중 하나는 장소 선정이다. 폭염기에 뻘밭으로 선정한 것은 문재인 정권이다.

국민에겐 문통과 윤통 정권 중 어느 쪽의 책임이 더 큰 지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니탓 내탓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책임은 둘 다에게 있고, 공동으로 지면 된다. 이런 공방은 뒷전으로 돌리고, 마지막 대역전 드라마를 쓰는 데 집중하자는 말이다. 새만금 잼버리의 마지막 일정은 K팝 콘서트다.

“일부 멤버가 군복무 중인 BTS도 무대에 서도록 국방부가 나서야 한다”(성일종 국회의원)고 했다. 그랬다가 ‘공권력 갑질’이란 융단폭격을 맞았다. 국민의힘은 “성 의원 개인의 의견”이라며 진화했다. 오죽하면 성일종이 그랬겠느냐? 사리사익 차원이 아니라, 국격 훼손의 참사를 조금이라도 만회하자는 선의로 그런 것이다. 세계 최고 BTS를 며칠 만에 부르는 건 불가능이다.

그러나 우리가 누구인가? 국난이 닥친 IMF 사태 때 장롱 속의 금을 모으는데 온 국민이 동참하지 않았는가? 대한민국이 합심하면 못해낼 일이 없다. 정치꾼들은 밥상에 숟가락 놓지 말고 물러서라. 진흙탕 공방이나 잼버리 끝날 때까지 휴전하라. 그리고 민간에서 주도하라. BTS라도 못 올 이유가 없다. 11일 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K-팝 공연을 성황리에 성사시키자.

전세계인에게 K-한류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주자. 준비 부족과 미숙한 운영으로 국격만 떨어뜨린 새만금과는 달라야 한다. BTS까지 무대에 서서, K-팝 공연으로 실망한 잼버리 참가자들에게 추억을 선사해주자. K-팝 공연으로 대 역전 드라마를 쓰기를 진심으로 빈다. 세계 젊은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말이다. 참가자들은 태풍으로 흩어졌다 11일 밤 서울에서 만난다. K-팝 공연이 이들 머리 속 나쁜 기억들의 지우개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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