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고 1년 김수화 학생의 ‘우리가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

‘서울외고 청소년 통일교육’ 사례를 발표하는 김주영 교목(왼쪽)과 김수화 학생(1년 일어과)
‘하나인의 연합 그리고 북한과 통일을 위한 준비’를 주제로 ‘2023 원;하다 컨퍼런스’가 22일 오후 서울 호텔나루에서 열렸습니다. 탈북민, 고려인, 중국동포, 해외동포와 함께 통일을 추구하기 위해 설립한 (사)‘원하다’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서울외고 1학년 김수화 학생이 ‘서울외고 청소년 통일교육’ 사례 중 하나로 ‘부산통일비전 역사기행’ 소감을 발표해 청중들로부터 깊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아시아엔>은 김수화 학생 발표문을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편집자>

안녕하십니까? 서울외고에서 최근에 가게 된 ‘부산통일비전 역사기행’에 대해 발표하게 된 김수화입니다. 먼저, 여러분은 통일을 왜 원하십니까? 북쪽에 가족이 있어서? 혹은 북쪽의 자원으로 경제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아니면 백두산의 샘물을 새벽 4시에 마시려고 산책하기 위해? 여러분은 다양한 의견을 갖고 계실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간만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닌, 북쪽에 있는 2500만명의 사람들을 위한다는 맘으로 통일을 생각하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재, 저는 한국 나이로 17살인데요, 대한민국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시민으로 태어났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니라, 군대에 입영 당해 김정은 위원장 아래에서 군생활을 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것은 누가 봐도 아동학대거나 인권침해라고 볼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우리가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면 경제적이거나, 이기적인 이유로 많이 흐릅니다. 이것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7월 18~20일 부산 일대에서 열린 서울외고 ‘통일비전 역사기행’에 참여한 학생들. 1학년 21명, 2학년 19명 등 40명이 임시수도박물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에 ‘부산통일비전 역사기행’을 통해서 저희 기행단은 여러 강연을 듣고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현지에서 만난 많은 분들을 인터뷰했습니다. 그러면서 발견한 것은 우리는 현재 통일해야 할 이유를 경제적 이익이나 손해로 이야기하고, 남한의 입장에서만 통일의 이익을 생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통일을 나한테 이득인 점만 고려하면서 생각했는데, 사람의 인생이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닙니까. 통일은 해야 할까 말까가 아니라, 그냥 아무 예외 없이, 무조건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통일이 싫다고 생각하고, 미루고 싶다고 생각해도,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하실 겁니까? 지금도 인권이 보장되지 않은 채 죽어가는 북한인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매일매일 편하게 사는 게, 지금만큼 후회된 적이 처음입니다. 후회되고, 화나고, 안타깝습니다. 그냥 한반도의 북쪽에서 태어났을 뿐인데, 저랑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또래 애들이 얼마나 될까, 하고요.

우리는 현재 손 하나 끄덕이면 물을 마실 수 있고, 배달음식 시켜서 새벽에 짜장면 먹을 수 있고, 궁금한 게 있으면 네이버나 구글이 바로 답해줄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 마시려면 우물에서 떠야 하는 마을들도 많고, 새벽에는 도둑이 겁나서든, ‘김정은 만세’라고 쓰여져 있는 간판이든, 여러 가지 이유로 아예 불을 켜지도 못하고, 뭔가를 찾고 싶어도 정보도 많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도구나 기술들을 북한 시민들은 가질 수 없다는 법은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없는 법을 지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도와주고, 진정한 인권이 보장된 시민으로 봐야 됩니다.

저는 부산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UN기념관이나 감천 문화마을을 돌면서 6.25와 관련된 여러 것들을 배우고 통일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저한테 6.25전쟁 같은 이야기들은 벌써 먼 역사로 생각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100년도 안된 이 이야기들을 그냥 역사로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현재 아직 휴전 중이며 언제 쳐들어올 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최근에 북한 미사일 발사 때문에 알람이 일어났는데 기억하십니까? 저는 그런 알람을 인생 처음 들었는데, 아직 이 남북한의 이야기는 역사가 아니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아직 안전하지 않고, 통일이 안 되면 언제 위험에 처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통일을 하게 된다면 수많은 고비가 있을 텐데요, 그 고비들을 넘고, 한반도 전체를 그리면서, ‘우리나라’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미래를 위해 우리 함께 최선을 다합시다.

가덕도 외양포 진지 앞에서 부산 통일비전 역사기행 참여 서울외고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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