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교실에서’ 안도현
아버지에 대하여 말해보라 했는데 아이들이 운다
중학교 1학년 국어 말하기 시험 시간
약도 한 첩 못 써보고 돌아가신 아버지
내가 똥을 퍼도 공부시킨다 너는 큰물 가서 놀아야지
늦가을 미루나무 같은 뒷모습
보고 있을까 혼자 남은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이여
나는 왜 선생이 되어 이 착한 아이들을
울리고 있을까 용서받지 못할 일이여 내가 울고 있을까
가난은 부끄러움도 죄도 아니다 말도 못하고
농사꾼 아버지 막노동 아버지 다리 다친 아버지 먼 사우디 떠난 아버지
또 있다 이 세상에서 아예 한번도 보지 못한 아버지
아버지는 왜 아들에게 눈물로 올까
나라와 역사의 색칠할 수 없는 일들이
한국의 노오란 교실에 가득하다 축소된 사진처럼
나도 빈한한 농민의 아들 나도 스포츠형 머리로 엎드려 운다
국어 시간이여 마침내 눈물바다여 열세 살들이여
설움없이 건너는 세상이 있다면 우리나라 아니다